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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권과 함께 이낙연의 대망도 기울고 있다


입력 2020.12.06 09:30 수정 2020.12.06 09:11        데스크 (desk@dailian.co.kr)

황교안과 비슷한 무색무취, 소신과 아이디어 부재가 근본적인 한계

사람들은 “이낙연이 과연 될까?” 회의하는데 친문만 바라보다 추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낙연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가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서 저물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정치권 안팎에 있는 전문가들이나 일반인들 사이에서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일찍부터 예견해 왔던 것이고, 최소한 그에 대해 확실하게 갖지 못했던 믿음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내내 여권 부동의 제1 대선 주자였던 그의 지지율은 최근 여론 조사에서 16%까지 떨어졌다(한국갤럽,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20%, 검찰총장 윤석열은 13%였다. 갤럽 조사는 응답자들에게 후보 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는 방식이다.


몇 사람 중에서 고르지 않고(객관식) 자기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사람을 말하는(주관식) 조사여서 일반 국민들의 인지도와 선호도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낙연은 이재명보다 잊히고 있는, 떨어내고 있는 이름이고 윤석열은 사람들 입에 붙기 시작하고 있는 이름인 것이다.


이낙연의 지지도는 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이미지에 비해 너무 ‘역시나’인 자기 색깔 부족 때문이다.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또 국무총리로서 (전남 도지사로서는 지방이라 잘 안 알려졌다고 보고) 일반 국민들에게 인상적인 언행이나 이슈 파이팅(국가적인 큰 쟁점에 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남긴 기억이 필자에게는 없다.


그가 6공 최장이라는 2년 8개월간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한 일이라고는(그에 대한 업적 홍보 기사들을 꼼꼼히 읽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대개 마찬가지라고 본다) 만만한 이슈들을 가지고 만만한 장관들을 호통 친 정도이다. 큰 문제들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실세 장관이나 정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의견 또는 반론을 제기한 경우가, 필자의 기억이 맞는다면, 전혀 없었다.


사실 한국의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자기 정치를 할 수 없긴 하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그랬다가는 최장수가 아니라 최단명이 되기 쉽다. 역대 국무총리 출신들이 대통령에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총리를 했기 때문이다. 고건이 대표적이다. 이회창은 약간 달랐지만, 다른 이유로 또 운도 안 맞아 청와대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낙연의 정치 입문은 전 대통령 김대중에 의해서였다. 동아일보 정당 출입 기자였던 그를 호남 기반 야당에 스카웃한 것이다. 이러한 김대중 키즈 중에는 전 민주당 대표 이해찬도 있고, 현 법무부장관 추미애도 있다. 세 사람 다 민주당 대표에 오른 공통점이 있으니 김대중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해야 할지 큰 인물은 보지 못하는(또는 일부러 피하는) 선택을 했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재 여론대로라면 세 사람은 모두 대권 도전에는 실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문재인이 전남도지사 이낙연을 총리로 발탁한 것은 자신의 퇴임 후를 고려한 차기 대통령 감으로 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재임 초기 호남 지역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은 지난 4.15 총선까지 재미를 톡톡히 봤다. 호남은 전라남북도와 광주뿐 아니라 수도권으로 이주해 있는 1세대와 그 자녀 세대들도 정치적으로는 포함될 수 있다.


조국이 언론과 윤석열 검찰에게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법무부장관을 좀 더 오래 하다 대선 주자로 나설 수 있었다면 문재인 정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카드가 없었다. 이낙연은 그랬을 경우 오래 전에 대선 후보 리스트에서 하위로 쳐졌을 것이다. 조국이 586 위선의 대명사로 국민적 비난을 받으면서 이낙연의 여론조사 상에서의 생명이 연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국도 이낙연도 가고 있는 이 마당에 여권으로서는 의외로 인물난에 허덕이게 됐는데, 이에 관해서는 다음에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낙연은 그러므로 어쩌다 여론조사에서 선호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게 된 인물이다. 본인의 카리스마가 뛰어나서도 아니고 이재명처럼 톡톡 튀는 발언과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끌어서도 아니었다. 호남 출신에 친문이 지지하는 것 같은(‘같은’이다) 전 총리이고 언행이 신중해서 지지가 높았던 것이었다.


그 지지 민심이 ‘역시나’ 실망으로 바뀌어 가면서 30% 선이 깨지고 마침내 20% 선도 무너졌다. 이낙연에 대한 ‘역시나’ 회의(懷疑)는 전 미래통합당 대표 황교안에 대한 그것과 유사하다.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끝까지 아무 것도 없었던 그 배반의 이미지 말이다. 무색무취(無色無臭)하고 자기만의 소신이나 아이디어가 없는 엘리트 출신(서울법대) 답지 않은 모습의 유효기간은 1년이 못 간다.


이와 같은 회의론은 이낙연의 출신 지역인 호남에서도 벌써부터 있어 왔다. 그들은 문재인 정권의 주축인 친문, 586 세력이 진골(眞骨)도 아닌 그를 언제까지 밀어줄지 의심하고 있었다. 새누리당 전 대표로 호남 출신인 이정현은 지난달 초 한 인터뷰에서 “호남에서도 ‘이낙연은 안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권이 적극적으로 미는 게 안 보인다는 거다. 내가 봐도 이낙연은 ‘불쏘시개’였다”라고 말했다.


이낙연이 민주당 대표로서 하는 일은 친문 대기업의 하청 회사 사장 역할에 가깝다. 정권이 그를 밀어 주기 바라는 호남 지역민들의 여망에 따르기라도 하듯이 열심히 그 역을 자처하고 있다. 조국은 물론 윤미향 사태가 났을 때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해 그가 마침내 작심 행동에 나서나 주목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부동산 민심이 험해지자 획기적인 발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국토부의 낡은 호텔 방 전세 전환론을 선창(先唱)했다가는 여론의 냉소만 받았다.


이번 추미애 사태에서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녀 주장을 복창(復唱)하고 공수처 타령을 합창하는 것 외에 없다. 그는 공수처 설립이 김대중 정권 이후 24년 숙원이라고 하면서 그 역할과 의미, 설립의 정당성에 대해 기자 출신으로서 이해가 되게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정권이 애타게 바라고 있는 일이니까 ‘영혼 없이’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추미애가 윤석열 징계 사유를 열거하며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정지시키자 ‘충격적’이라며 그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덜컥 꺼냈다. 그러나 “윤석열에게 판 깔아 줄 일 있냐?”는 친문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헛발질만 한 꼴이 되기도 했다. 추미애가 대통령과 자신의 지지율을 반토막 내고 있는 데도 그녀에 대해 한마디 비판적 언급을 안 하는 그에게 호남민을 포함한 국민들은 고개를 가로 젓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엊그제 그의 최측근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 자살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당 대표실 부실장이었던 그는 전남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온 사실이 발견돼 옵티머스 사건 외 ‘별건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그의 지지율은 당분간 더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호남에서도 그의 인기가 이재명에게 밀리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면 그의 대망(待望)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 실정(失政)과 추미애 농단(壟斷)으로 대통령과 여당 인기가 폭락하면서 이낙연에 대한 생각도 급전직하한 것이다. 그는 이낙연이란 이름으로 따로 가지 않고 이 정권과 함께 붙어서 가는 상표에 불과하다.


국무총리와 당 대표는 그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올려 주기도 했지만, 그의 밑천과 한계를 너무나 투명하게, 그리고 일찍 보여 준, 땅 속이 아닌 공중 높이 설치된 함정이었다. 이낙연은 그 함정 ‘위’에 계속 있어도 안 되고 내려오면 더욱 안 되는 처지로 빠져 들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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