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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줄이고 전기로?…철강업계, 탁상공론 탄소중립에 '당혹'


입력 2020.12.09 06:00 수정 2020.12.08 18:01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수소환원제철·전기로제강 확대안 내놨지만…'경제성' 의문

막대한 투자·매몰비용 발생 불가피…정부 지원은 '깜깜'

고로 출선 장면 ⓒ포스코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기술·산업을 개발한다는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철강업종의 탄소 배출 절감 방안으로 공법 전환을 내놓고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지고 구체적인 정부 지원 방안도 제시되지 않아 업계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제구조를 저탄소화 하기 위해 철강 등 4개 탄소 배출 업종의 산업 구조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탄소 배출 절감 방안으로 수소환원제철 공법 전환을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의 환원에 사용되는 환원제를 탄소 대신 수소로 대체해 탄소 배출량을 저감시키는 기술을 의미한다.


지난 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 관련 합동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러나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연구를 갓 시작하는 단계로 상용화 시기가 아직 불투명하다. 앞서 연구를 시작한 독일·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들도 이 공법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20~30년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공법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매몰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수소 환원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기존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공정 전체를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철강 산업 역사가 긴 유럽은 기존설비가 노후화되고 조강생산량이 적은 덕에 공법 전환에 따른 부담이 적다. 반면 한국은 세계 5위의 조강생산능력을 갖춘 데다 시설도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편에 속한다.


유럽의 수소환원제철 공법 전환 계획을 우리 철강 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간 철강 산업의 차이를 고려해 보다 현실성 있는 탄소 감축 목표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수소환원제철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축 수단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전기로에서 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가 또 다른 탄소 절감 방안으로 내놓은 전기로 제강 비중 확대도 산업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기로 제강은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폐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코크스를 쓰지 않기 때문에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훨씬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철스크랩(폐철)을 사용하는 만큼 불순물이 함유될 가능성이 높아 고로보다 제품 품질이 떨어지고, 자동차·조선·가전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대량생산하는데도 부적합하다. 대형 철강업체들이 수조원의 투자비용을 들이면서 고로를 건설하는 이유다.


이밖에 전기로 제강은 전기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된다. 특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용 전기료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전기로 제강 사업의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절감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은 뚜렷하지 않다"며 "업계 상황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탄소 절감 대책으로 보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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