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면세점 다회발송 허용…"매출부터" vs. "제살 깎아먹기"

제3자반송 이달 말 만료, 매출 숨통 틔워줄 새로운 기회

보따리상 유치 위한 경쟁 심화…송객수수료 사태 재현 우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내년부터 허용되는 면세점 다회발송을 놓고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숨통을 틔워줬던 제3자반송 조치가 이달 말로 종료되는 만큼 새로운 매출 기회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주장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할인경쟁이 심화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세관에 등록한 외국인 구매자들은 출국 전 수출 인도장을 통해 면세품을 발송할 수 있다. 출입국 및 면세점 이용객 수 등을 감안해 종료시점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는 출국 시 한 번만 면세품 발송이 가능했지만, 내년부터는 출국 전까지 여러 번에 걸쳐 면세품을 해외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급감하면서 국내 면세업계의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 입국이 제한된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제3자반송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제3자반송의 경우 중국 정부에 법인 등록이 돼 있는 보따리상에 한해서만 면세품 발송이 가능했지만, 이번 조치는 보따리상 전체에 대해 구매 한도가 늘어난 만큼 매출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하는 중국 보따리상들의 최대 고민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항공편이 적고, 2주 격리 기간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며 “다회발송 조치가 시행되면 한 번 입국해 여러 번 면세품을 구매해 보낼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들의 구매액 또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면세점 간 경쟁이 심화돼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해 연 수조원에 달하는 송객수수료 문제가 재현될 것이란 의미다.

결국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중국 보따리상들의 배만 불려주고 국내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단체관광객 방문이 줄면서 이 자리를 메운 것은 중국 보따리상이었다. 보따리상의 구매력이 점점 커지자 국내 면세점들은 여행사와 가이드에 일종의 인센티브(송객수수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송객수수료 규모는 2015년 5600여억원에서 2018년 1조3100여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작년에도 1조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다회발송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 보따리상 구매액이 커질 것이고, 이는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면세점 간 할인경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구매액이 클수록 할인액도 늘어나는 구조여서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 보따리상 입장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중요하지 어느 면세점에서 사는 지는 중요치 않다”며 “할인폭이 크고 혜택이 많은 곳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회발송 또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조치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현재 업계가 가장 바라는 지원은 이달 말 만료되는 제3자반송 허용 조치의 연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