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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중문화②] 극장 무너지고, OTT 영화계 새 강자로


입력 2020.12.26 01:30 수정 2020.12.25 21:0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극장가 관객수, 영진위 2004년 집계 시작 이후 최저

넷플릭스·웨이브·카카오M OTT 공격적인 성장

ⓒ픽사베이, 넷플릭스, 웨이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한국영화 산업 생태계와 극장가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 한국 영화시장 전체 관객수가 2억 2668만 명을 기록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세로 회의적이었던 극장 성장가능성에 다시 한 번 불이 켜지는가 싶었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극장 매출 추산액은 전년도 동월 기간 매출액인 1조 7273억 원 대비 71.2%(↓1조 2294억 원) 감소한 4980억 원이었다. 지난 4월 매출액은 75억 원까지 떨어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전망) 집계 이후 최저 매출을 기록했다.


영진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화 제작 피해 실태조사 결과 피해 규모는 329억 56만원이며, 국내 로케이션 취소나 변경, 후반 작업 기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진행비 상승, 개봉 단계에서는 개봉 취소나 연기로 인한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고 흥행작 기록에서도 알 수 있었다. 지난 8월 개봉해 435만 관객수를 기록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올해 최고 흥행작이다. 지난해 1626만 관객을 보유한 '극한직업'에 비해 4배가량 차이가 나는 수치다.


코로나19가 극장가 위기를 가져온 것과 달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OTT에는 성장의 불씨를 당겼다. 넷플릭스는 지난 9월 기준 국내 유료 가입자 수 33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80만 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기록이다.


국내 토종 OTT 웨이브는 지난 6월 유료 가입자 수 200만명을 보유했으며 후발주자인 카카오M은 지난 9월 1일부터 선보인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 총 17개 타이틀의 전체 누적 조회수 1억뷰를 넘어섰다. 여기에 미국 최대 콘텐츠제작업체인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도 국내에 상륙한다.


해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극장들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며 만족스럽지 못한 수익을 거두자 워너브러더스는 최근 내년 영화 17편 모두 극장과 자사 OTT HBO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로 대체되지 않는 극장과 달리 OTT가 디지털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고 서비스를 확대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넷플릭스

결과물이 이렇다 보니 영화들도 OTT 공개로 활로를 변경하고 있다. 지난 4월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한 이후 '콜'도 극장 대신 넷플릭스 행을 결정했다. 순제작비 200억원을 들인 우주 SF 영화 '승리호'도 개봉 시기를 고민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낙원의 밤'도 넷플릭스로 방향을 전환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OTT 공개는 큰 수익이나 기록 적인 면에서 아쉬운 선택일 수 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차선택을 모색한 것이다. '승리호' 같은 경우는 계약금 문제로 넷플릭스와 끝까지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 수익적인 면에서 결코 넷플릭스 행이 최선은 아니다"라면서도 "코로나19가 안정화되도 이전의 풍경으로는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국내 영화 산업 생태계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넷플릭스 행을 나쁘게만 보진 않는다. 제작비 회수라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상황에 맞게 영화 시장 산업이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지 생태계 파괴라고 보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영화들이 넷플릭스 공개를 염두하게 될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극장도 넷플릭스와의 공존을 모색했다.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 '미드나이트 스카이'가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스크린에 걸렸다. 넷플릭스보다 2주 먼저 공개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2017년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못했던 3년 전과 다른 풍경이다.


이같은 플랫폼의 권력 이동 변화는 영화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미드폼, 숏폼 형식과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준익 감독은 "극장이 생산자 주도적이라면 OTT는 소비자 주도적이다라 패러다임이 다르다. 폐쇄적인 한국의 영화 시장은 직배사들의 개방 압력에 대한 반작용의 힘으로 성장했고, 그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추월해 버린 현상이 나타났다. 또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제작비나 박스오피스 등이 시장이 투명해졌다. 새로운 자극이 온다는 건 위기처럼 보이지만 위기가 없으면 기회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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