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세 상황에서 '징계 재가' 윤석열 귀환
文, 레임덕 의식한 듯 "인사권자로서 혼란 사과"
재보선 패배 시 與 거리두기로 레임덕 심화할 듯
野 "폭정 끝 레임덕 시작…회복할 수 없는 타격"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됐다. 지지율 하락, 가족·측근 비리, 여권 분열 등 레임덕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징계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상 임기를 끝까지 채우게 되면서 정치적 부담까지 안게 됐다. 집권 5년 차 길목에 들어서기 약 4개월을 앞둔 현재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0%대에 고착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쉽게 반등할 요소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26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대부분의 조사에서 30%대로 집계됐다. 반면 부정평가는 60%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본보와 알앤써치가 21~22일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한 12월 넷째 주 정례조사(23일 발표)에서 긍정평가는 역대 최저치인 35.2%, 부정평가는 역대 최고치인 59.9%로 나타났다. 특히 18세 이상 20대와 60세 이상의 부정평가가 60%대를, 30·40·50대가 50%대를 보였다. 이는 문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7.5%)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21~23일 성인남녀 1505명에 조사해 24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긍정평가는 30%대로 나타났다.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1%p 떨어진 37.4%, 부정평가는 1.4%p 오른 59.1%다. 부정평가는 취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충청권과 60세 이상, 진보층에서는 긍정평가가 상승했지만 영남권과 여성, 30·50대 등에서 부정평가가 증가했다는 게 리얼미터의 설명이다. (95% 신뢰 수준에 ±2.5%p, 응답률은 4.7%)
역대 정권마다 레임덕을 겪었지만, 문재인 정권은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이라는 기대를 받아 왔다. 필연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집권 4년 차이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아래로 하락한 때가 올해 12월 전까지 몇 차례 없었다. 지난해 말 '조국 사태' 당시와 부동산 대책의 여파, 수해 피해가 맞물린 올여름 딱 두 차례만 30%대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집권 4년 차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12월에 들어서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40%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의 지속,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의 장기화 등으로 '콘크리트 지지율' 붕괴 위기에 처했다. 또한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도입 지연 논란 등이 지지층을 흔들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유죄 판결에 이어 문 대통령이 직접 징계를 재가한 윤 총장의 귀환 등으로 문 대통령이 더욱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재가하면서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검 갈등'의 책임을 사실상 검찰에 돌리고, 윤 총장 징계와 검찰개혁을 동일선상에 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25일 오후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지칭되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옵티머스·라임 사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논란 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정권 핵심부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문 대통령은 '완벽한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를 우려한 듯 25일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에 유념하여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도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역대 대통령의 레임덕은 여당과 차기 주자들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심화됐는데, 여당이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현재처럼 '대통령 비호처' 역할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이제 폭정의 굿판은 끝났고 레임덕은 시작됐다"고 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탄핵을 당한 문 대통령의 사과와 추 장관 경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더 이상 법치를 짓밟지 말라며 문 대통령의 면전에 옐로카드를 내민 것이다.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줬다"고 비판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24일 페이스북에 "정 교수에 대한 엄중한 판결에 이은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정권의 위기를 외부의 어떤 세력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정권 말기적 행태를 보이다가 자초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알앤써치·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