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술을 바꿨다. 한 칼에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실패하자, '제도개선'이라는 미명 하에 손발을 묶겠다는 심산이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근본적인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윤 총장을 겨냥했다는 점이 명백하다.
첫 번째 이유는 진정성이 없다. 검찰은 수사지휘만 하고 직접수사권은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를 한사코 반대했던 쪽이 민주당이었다. 심지어 수사·기소권 분리를 주장했던 금태섭 전 의원은 '징계'하고 조응천 의원을 '검찰편'이라고 매도했던 게 민주당과 그 지지층이었다. 이제와서 수사·기소권 분리를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주장하는데 지켜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다.
둘째는 시기다. 공수처와 함께 추진됐던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인 만큼, 한 동안은 검찰과 경찰 사이 혼란이 불가피하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도시행 경과를 살펴보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개혁안'을 시행해보기도 전에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윤 총장 견제목적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민주당은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이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항변한다. 개정안을 마련하고 법률안이 통과돼 시행될 시점에 윤 총장의 임기는 끝난다는 얘기다.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실제는 조금 다르다. 정치권에서 수사권 완전분리가 논의되는 시점부터 검찰의 '직접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제한은 검찰청법 7조①항만 바꾸면 끝난다. 180석을 장악한 민주당의 힘이라면 당장 다음달에도 가능한 일이다. 이낙연 대표도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빨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민주당의 이 같은 전술변화는 꽤나 전략적이다. '윤석열 쳐내기'라는 단순한 전선을 복잡한 논의로 끌어들여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사안별로 건건이 처리하다보면 궁극적으로 윤 총장과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는 것도 가능하다.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하며 원하는 바를 얻는 셈이다.
아마도 현 정부여당의 힘이라면, '하나하나 따박따박' 윤 총장 찍어내기부터 검찰 공중분해까지 가능할 것 같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개별의원의 입법활동"이라고 선을 긋지만, 젊은 초선의원이 당 주요인사들과 교감없이 이토록 대범한 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집권세력이 이토록 윤 총장과 검찰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실 뻔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례에서 경험한 것처럼 '윤석열 검찰'을 그냥 두었다간 정권의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장 문재인 정권도 검찰을 이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교도소로 보내지 않았는가.
이 전 대통령의 유죄확정에 대해 친노로 통하는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는 정당한 법의 집행이고 저들은 정치보복이라는 데에 중도층도 동의할 것"이라면서 "언젠가 권력이 넘어가면 저들도 정치보복을 하면서 정당한 법의 집행이라고 말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원한 권력은 없기에 더 두렵다"고 했었다.
문제는 한 정파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출된 권력'이라는 명분 하에 불리한 수사와 판결에는 "존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기득권카르텔'이라고 몰아붙인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누가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수용하겠는가. 사법기관의 신뢰하락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권력의 이러한 폭주가 계속될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