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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관찰에 그쳤던 반려 예능의 변화


입력 2021.01.05 08:23 수정 2021.01.05 08:2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개훌륭' '펫비타민', 공익 성격의 반려 예능 호평

반려동물 천만 시대, 펫팸족 겨냥한 방송가

ⓒ아레나 옴므 플러스

뉴스나 반려동물 관련 상품 광고에서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2019 동물보호국민의식조사’에서 응답자 중 약 26.4%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답했다. 통계청에서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 양육 여부를 함께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전엔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란 의미의 ‘애완동물’이라 칭했지만, 이제는 사람과 심적 친밀감을 나누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아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같은 대상을 부르는 칭호에서도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큼 달라졌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동물을 기르는 사람을 칭하는 말도 ‘반려인’ 혹은 펫과 패밀리의 합성어인 ‘펫팸족’이라고도 부른다.


펫팸족이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2018년 2조 8900억원에서 2019년 5조 8000억원대로 성장했고, 올해는 6조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트랜드에 민감한 방송가에서는 팻팸족의 증가와, 인식 성장에 따라 재빠르게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변화를 줬다.


과거 선보였던 반려동물 예능들은 하나 같이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껏해야 반려동물을 관찰하고, 그 표면적인 모습에서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대부분이었다.


MBC ‘애니멀즈’(2015)의 경우 다수의 출연진과 동물, 아이를 동시에 등장시키면서 단편적인 재미를 잡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중심이 잡히지 않고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10회만에 종영했다. ‘개밥주는 남자’는 꽤 오랜 시간 사랑받았지만,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인식변화 보다는 강아지와 함께 사는 한 연예인의 일상을 담은 관찰 예능에 불과하다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반려 예능들은 추구하는 방향부터가 달라졌다. 반려 동물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보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부추긴다. 앞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커지고 인식이 성장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여전히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이에 방송들이 추구하는 건 공익적인 형태를 가져가면서, 그 안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반려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TV동물농장’은 꾸준히 강아지 공장 등의 학대 현장을 추적하고, 유기 동물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표 동물 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했다.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사라지는 방송가에서도 ‘TV동물농장’은 2001년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20년째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예능’보다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고, 그 분류에 맞게 역할을 착실히 해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익 성격을 띠다보면 재미를 포기하한다면 ‘실패한 예능’이 아니냐고 꼬집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 예능들은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재미가 없다는 건 편견에 불과함을 증명한다. KBS2 ‘개는 훌륭하다’와 ‘펫 비파민’은 같은 베이스에서 출발한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 전달은 물론이고, 미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와 반려인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과할 정도의 질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출연자들의 입담과 종종 보여주는 반려 동물들의 애교와 엉뚱한 행동이 웃음 포인트가 된다. 목적을 잃지 않으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는 재미는 오히려 더 큰 감흥을 준다. ‘예능’에 초점을 맞추면서 웃음을 강요하는 것 보다, 반려 동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에 따른 성숙한 방송을 할 때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반려 예능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람이 동물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는 동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이어진다. 사람과 반려 동물의 행복을 위해 서로 간에 ‘이해’는 필수가 된 시대에서 사회에 조금 더 보탬이 되고 올바른 펫티켓 문화의 정착을 돕는 예능가의 긍정적 변화가 반갑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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