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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다②] ‘OTT’의 영향력과 ‘극장 파워’의 지속성 검증의 시간


입력 2021.01.06 14:00 수정 2021.01.06 14:5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왓챠 등 치열한 경쟁 예고

극장이란 문화적 공간의 유효성이 지속가능한지 시험대

박찬욱‧윤제균‧이준익 등 흥행 감독들 컴백 및 선택 ‘관심’

영화진흥위원회는 2020년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인 극장 매출, 디지털 온라인 시장 매출, 해외 매출을 합산한 추산액이 대략 9132억 원으로 1조 원을 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한국 영화시장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던 2019년 2조 5093억 원에 비해 63.6%(1조 5961억 원)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제작, 배급, 개봉에 모두 브레이크가 걸려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2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고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끊기자 대작들은 개봉 눈치싸움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개봉작들이 극장 대신 넷플릭스로 향했다. ‘사냥의 시간’이 4월에 발을 옮긴 후, ‘콜’과 ‘차인표’, ‘낙원의 밤’이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승리호’마저 2월 5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극장가도 넷플릭스에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 개봉 당시만 해도 멀티플렉스 반발로 소규모 극장에서만 ‘옥자’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극장 매출이 떨어지자 11월부터 CGV, 롯데시네마가 개봉 이후 2주라는 홀드백 기간을 갖는 전제 하에 넷플릭스 영화를 틀고 있다.


2021년에는 디즈니플러스 OTT가 국내에 들어오면 OTT 안팎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OTT 원톱을 달리고 있는 넷플리스에, 론칭 약 1년 2개월 만에 전세계 구독자수 8600만 명을 돌파한 디즈니 플러스가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웨이브, 왓챠, 티빙, 카카오M, 여기에 쿠팡까지 OTT 시장에 뛰어든 그림은, 하락하는 극장 관객수와 반대로 커지는 OTT의 영향력을 보여준 흐름이다.


물론 OTT 영향력이 한정적이라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극장이라는 고유한 문화 공간이 주는 매력과 기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며 느끼는 몰입감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코로나19가 안정된다면 다시 극장가는 부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테랑’, ‘군함도’, ‘엑시트’ 등의 영화를 만든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OTT와 영화가 공존할 것이냐 문제가 가장 큰 화두지만, 사람들이 조만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갈증과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스크린과 음향이 완벽하게 갖춰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체험이라고 여긴다면, OTT는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친다. OTT와 극장을 원하는 관객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다. 그런 부분에 기회가 있을 것”라면서 “2023년이 되어야 영화산업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그 때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관건이다. 예나 지금이나 함량미달인 영화는 계속 나오겠지만 조금 더 확실하게 걸러질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도록 제작자 입장에서 더욱 세심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은 지난해 12월 5일 충무로영화제 디렉터스 위크에서 영화산업이 축소되고 OTT가 성장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사람이 OTT로 영화를 보는 시대가 왔고, 극장에 가는 게 일상적이지 않은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흐름을 따라갈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관객이 극장에 안 오고는 못 배기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한국 감독들은 극장에 올 수밖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극장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고, 상황이 개선되면 충분히 극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OTT가 갖는 영향력과 극장 고유의 문화적 힘이 어떻게 경쟁하고, 협력하며 살아남는지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시간이 좀더 지난 후 확인할 과제다.


OTT만을 봤을 때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빠르게 입증했지만 넷플릭스 독주가 아닌, 권력이 분배돼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영화 제작자는 “개봉을 못하는 상황에 넷플릭스 단독 공개라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긴 것은 업계에 반가운 일이다. 대박은 못치더라도 본전은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대로 넷플릭스 원톱 체제가 계속된다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넷플릭스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 공급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며 “영화와 OTT의 공존이 이제 막 시작됐고 과도기도 곧 다가올 것이다. 합리적인 체계를 위해 넷플릭스의 영향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다수의 관계자들은 OTT와의 공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 관객을 다시 끌어 모으는 것이 정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2021년 흥행 감독들의 컴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박찬욱, 윤제균, 이준익, 류승완, 김한민, 한재림, 김태용, 이병헌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감독들의 귀환이, 코로나19 시대 속 영화의 자생력 입증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새로운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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