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들' '1호가' 등 예능프로그램, 노마스크 논란
방송통신위원회 "방역지침 위반하지 않는 것 넘어 강화된 지침 마련해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에 따른 연예인에 대한 비판이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가해지고 있다. 때가 때이니 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근거 없는 비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 우울감인 ‘코로나 블루’를 넘어 우울증 단계인 ‘코로나 블랙’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시민 일상’ 실태 조사에서 서울시민 10명 중 4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심리적 건강이 매우 약해진 상황으로, 타인의 잘못된 행동 즉 마스크 착용여부와 외부활동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졌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확산세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은 이들에겐 마땅히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연예인도 예외는 없어야 한다. 마스크와 외부 활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에겐 더 민감한 잣대를 들이밀기 마련이다. 일각에서는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연예인 노마스크 특혜’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SNS에 올린 외부활동 관련 사진은 여지없이 ‘논란’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슈가 된다.
가수 이승철은 지난 5일 SNS에 스키를 타는 모습, 이후 숙소에서 술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스키장에 방문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론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함께 사진을 찍은 스키 강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지적을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최근 스키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비판은 더 거셌다.
또 얼마 전 진행됐던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에서 무대에 오른 연예인이 마스크를 벗고 수상소감을 전하는 과정도 문제가 됐다. ‘보여주기 식’의 방역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밖에도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에서도 출연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여의도환승센터를 돌아다니는 장면, JTBC ‘1호가 될 수 없어’에서 출연자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 등 각종 방송을 통한 연예인들의 ‘노마스크 논란’이 불거졌다.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11월 13일부터 감염병 전파 우려가 큰 장소와 시설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 중이지만,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연과 방송 출연의 경우 의무착용에서 예외를 두고 있다. 다만 촬영 이외의 현장에서 마스크를 꼭 써야 하고, 거리두기와 환기 및 소독 등 기본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연예인들의 이 같은 행동은 법적으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자유롭게 타인과 접촉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모습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다. 특히 방송가에서도 여러 차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들이 나오면서 방역에 대한 지적이 극에 달했다.
드라마와 예능 촬영 등 방송 제작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아 감염병 확산이 우려된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자 지난달 2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에 “단순히 방역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소한의 방송 관계자만 참여하도록 하거나, 마스크 착용, 출연자간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을 강화해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근에는 방송가에서도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부 방송에서는 출연 연예인들이 실내외를 불문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일반인과 접촉이 불가피한 외부 촬영을 해야 할 경우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투명마스크를 제작해 착용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도 대중의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하고, 코로나19에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중들도 무조건적인, 비판을 위한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당연히 연예인, 방송 제작자들이 솔선수범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전후사정을 살피지 않은 무조건적인 악플성 비난은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