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절벽에 내몰린 외식업자 이번에는 식재료 가격 상승
임대료 내기도 버거운데 최저임금 인상까지
연초부터 주요 식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경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인상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외식업 종사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0.5% 소폭 상승했지만, 국민 식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은 9.7% 급등했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은 10%, 국민의 주식인 쌀값은 11.5%나 뛰었다.
주요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업소용 코카콜라 등 음료수부터 두부, 콩나물, 통조림 가격까지 일제히 인상됐다. 식음료업계는 지난해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 등도 상승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주세도 오는 3월부터 인상된다. 주세 인상으로 주류 제조사들이 세금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두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 주자들도 따라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식재료값마저 치솟고 있어서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집밥족’ 비중이 증가하면서 외식은 줄고 서민들의 소비 씀씀이도 감소한 상태다.
특히 대형 외식업체는 대량구매 계약을 진행해 영향이 미미하지만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이번에는 ‘물가상승’ 이라는 또다른 폭탄까지 떠안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로 하도 여기저기 두둘겨 맞으니 이젠 아픈지 모르겠다”면서도 “개인사업자도 다 도매업체를 통해 식재료를 받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가격이 확 오르진 않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부담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당장 임대료도 못 내서 적금 깨고 대출 받아 연명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 소식에 반가울 사람이 누가 있냐”며 “지금은 단돈 1000원이 아쉽다. 갈수록 장사하기 어려운 환경이 돼 가는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식재료 가격 인상은 소비자 판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홍대 인근에서 김밥 집을 운영하는 C씨는 “참기름부터 깨, 계란, 쌀, 당근 등 김밥에 들어간 재료 어느 하나 안 오른 것이 없다. 특히 김밥 한 장에 들어가는 깻잎 값이 1000원이나 한다”며 “이미 최근에 기본 김밥 500원을 올려서 판매하고 있지만 더 올려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지난해부터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완화 조치가 1년 간 반복되면서 피로가 누적된 데다, 마진이 큰 저녁 주류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매출은 물론 수익성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일부는 배달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라이더가 부족해 밀려드는 주문을 전부 소화하지 못 하거나, 배달 수수료 인상 등 부담이 적지 않아서다.
여기에 새해 들어 최저임금까지 인상되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매월 숨만 쉬어도 따박따박 나가는 임대료 역시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밀린 월세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권리금도 받기 어려운 데다, 인테리어 원상복구 등 비용 부담으로 인해 폐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돈까스 집을 운영하는 D씨는 “함께 일하던 직원을 정리하고 친동생이랑 둘이 일한지 꽤 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휴수당 복지수당 퇴직금까지 계산하면 시간당 1만8000원”이라며 “지금은 주식이나 땅, IT신기술을 제외하곤 장사를 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아닌 듯 하다”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