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RA 1년 평균 수익률 5.54%…예금보다 높아
일각선 “점포 축소 및 인력 구조조정 가속화” 우려도
시중은행의 인공지능(AI) 자산관리사인 ‘로보어드바이저(RA)’가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검증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금융 거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로보어드바이저 경쟁과 고객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AI 도입과 투자 확대가 향후 은행들의 인력감축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과 코스콤이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운용 중인 21개 로보어드바이저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월18일 현재 기준 5.54%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작년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 저축성 수신금리(0.90%)보다 4.64%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은행권 1위를 달리고 있는 KB국민은행의 ‘KB케이봇쌤 국내(적극투자형) 펀드’의 경우 연 수익률이 14.3%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축성 수신금리에 비해 16배나 높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전문가를 합친 것으로, 컴퓨터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주식, 채권 등을 사고 팔아 자산관리를 해주는 서비스이다.
다른 경쟁은행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도 선방 중이다. 신한은행의 적극투자형 ‘디셈버 ISAAC 펀드’는 1년 수익률 5.76%를 기록했고 하나은행도 안정추구형 ‘크래프트 자산배분 알파’가 5.46%의 수익률을 올렸다.
다만 6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1년 수익률이 연 2~3%대 수준으로 저조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이유는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재 시장 상황과 고객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 가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4대 시중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16만7016명에서 작년 12월 말 22만746명(하나·우리의 경우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32% 급증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잔액 역시 같은 기간 4578억원에서 8715억원으로 90.3%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상용화 등 AI 발전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은행원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은행의 점포 축소 및 희망퇴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총 1700여명이 짐을 싸거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노사 협의가 진행중인 국민은행까지 더해지면서 은행을 떠나는 인력은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216개의 점포를 없앤 데 이어 올해에도 4대 은행이 1~2월 중에 영업점 26곳을 축소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과 비대면 투자상품 거래 확대 등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이용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안정적 수익률 경험을 기반으로 재가입을 하는 고객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