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M&A 대상에 차량용 반도체 ‘주목’
LG전자, 매각 추진 중 모바일 대체제로 부상
선택과 집중 기조 속 미래 성장 중심 사업 재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시선이 전장부품을 향하고 있다. 올해 전장부품사업의 성과에 따라 주력 계열사에서의 실적을 넘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확고한 입지도 달려 있어 삼성과 LG의 전장부품 사업 성과에 더욱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과 LG가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전장부품 사업 경쟁력을 한층 향상시킬 태세여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재용, 차량용 반도체 M&A로 전장·비메모리 경쟁력 올리나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3년간 의미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전장부품회사 하만 인수 이후 맥이 끊겼던 빅딜(Big Deal·대형 거래)이 다시 재개될지 여부와 함께 대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90억 달러에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를 발표한 것처럼 반도체 분야에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관련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극강의 경쟁력과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하만과 같은 전장관련 기업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 네덜란드 NXP반도체,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자동차용 반도체업체도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이미지센서·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IT기기용 제품들을 일부 하고 있을뿐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M&A가 단기간 내 경쟁력 향상을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약한 분야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현상을 빚어지는 상황으로 향후 자율주행 등으로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강한 육성 의지를 피력한 시스템반도체와 전장부품의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들을 통해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현장을 찾아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전용 생산공장을 점검하고 사업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부품에 필요한 만큼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자동차의 전자화와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의 본격 도래로 전장용 MLCC는 최근 수요가 급증,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갯수가 1만개를 넘어설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장부품과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육성해야 하는 삼성으로서 차량용 반도체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경영으로 인한 한계는 불가피해 대형 M&A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광모, 모바일 버리고 선택한 전장부품에 전력
구광모 회장도 전장부품사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 3위의 캐나다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 설립을 발표한 것이 이러한 의지의 방증이다.
지난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프리미엄 차량용 조명기업 ZKW 인수로 차량용 조명 사업을 확보했고 이번에 파워트레인 사업을 추가하면서 전장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다.
LG전자는 ZKW 인수 이듬해인 지난 2019년 말 자동차부품솔루션(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 내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해 통합했다.
이로써 이번 합작법인 출범을 기점으로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ZKW(램프)·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3개 축으로 나눠 자동차 부품 사업을 추진할 토대를 갖춘 것이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이미 올해 분기 흑자전환이 유력한 상황으로 향후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성장하는 사이클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누적 수주 잔고가 60조원까지 확대된 상황으로 최근 수익성이 담보된 수주가 대부분이어서 실적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조원대였던 매출은 올해 7조원대, 내년 10조원대로 계속 늘어나고 올해 분기 기준 흑자에 이어 내년부터는 연간 기준 약 5000억~7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장부품 사업이 가전(H&A)과 TV(HE)와 함께 실적 3대 축으로 자리잡게 되면 완제품 일색이던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자율주행차용 차세대 전장부품을 제조해 온 계열사 LG이노텍과의 시너지를 통해 LG를 글로벌 전장부품 ‘톱티어(Top-tier)’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구 회장의 청사진이다. 이를 통해 최근 매각 추진을 공식화한 스마트폰 사업의 공백을 전혀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 과감한 비주력 사업 정리로 신성장 육성 도전 ‘닮은꼴’
두 총수가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며 묘한 닮음꼴 경영도 삼성과 LG의 전장사업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둘 모두 불필요한 비주력·비핵심·적자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주도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기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 2014년 방산사업을 한화그룹에, 2015년 화학사업을 롯데그룹에 각각 매각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하며 전장사업 육성 의지를 다졌다.
구 회장이 최근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기로 하고 전장부품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것이 데자뷔처럼 느껴질 정도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 설립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의 매각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방향성을 분명히하고 있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 2018년 6월 취임 이후 LG전자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고 수처리사업도 정리했다. 또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에,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을 스타트업(신생벤처)에 각각 매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전장부품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묘하게 닮았다”며 “전장사업에서의 성과가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