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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승의 역사 너머 역사⑮] ‘신미양요’ 제너럴 셔먼 호의 정체는?


입력 2021.02.09 14:39 수정 2021.02.09 14:40        데스크 (desk@dailian.co.kr)

제너럴 셔먼호로 알려진 프린스 로얄 호ⓒ비상 교과서

지금 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에서 ‘제너럴 셔먼 호 사건’은 ‘근대 국민 국가’ 수립의 첫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근대 국민 국가라는 점에서 ‘제너럴 셔먼 호 사건’은 중요한 분기점을 형성한 사건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너럴 셔먼 호 사건’에서 등장하는 제너럴 셔먼 호의 실체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첫 번째로, 제너럴 셔먼 호가 과연 ‘상선’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제너럴 셔먼 호’를 ‘미국 상선’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제너럴 셔먼 호를 상선으로 봤기 때문에 당시 일부 외국 언론에서는 통상을 위해 조선에 도착한 제너럴 셔먼 호를 해적이 공격해 약탈한 후, 침몰시켰다는 잘못된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제너럴 셔먼 호가 조선에 도착한 이후의 행적을 살펴보면 서술이 달라진다. 그들은 조선 측의 퇴거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동강을 따라 평양 인근까지 무단으로 올라왔다. 조선 관리를 배에 강제로 억류하고, 심지어 약탈과 인명까지 살상하였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제너럴 셔먼 호가 왜구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럼 상선이 어떻게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공격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제너럴 셔먼 호가 어떤 종류의 배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무장을 할 수 없는 상선이지만,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대동강을 따라 올라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일부 서구 신문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부 연구에서 제너럴 셔먼 호를 미 남북전쟁 당시 군함으로 사용한 증기선으로 단정한 것도 그런 이유인지 모르겠다.


이런 주장은 제너럴 셔먼 호를 미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서 운용했던 프린스 로얄 호를 전후에 민간에 매각하면서, 제너럴 셔먼 호라고 이름을 바꾸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당시 미 국적 상선 목록 중에 ‘제너럴 셔먼’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가 최소 5척 이상 있었다. 그 중에는 증기선도 있고, 스쿠너도 있다. 어떤 제너럴 셔먼 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왔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불분명한 사실 때문에 제너럴 셔먼 호 사건에 속된 표현으로 이른바, ‘숟가락 얹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에서는 제너럴 셔먼 호를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으로 단정하고 김일성이 그 배를 불태운 사람의 후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부 개신교에서는 이 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인 토마스 목사를 한국 최초의 개신교 순교자로 보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다양한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제너럴 셔먼 호 사건’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제너럴 셔먼 호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탑승자의 인적사항부터 이후 그들의 행적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여기서는 우선 제너럴 셔먼 호가 어떤 종류의 배였는지 먼저 살펴보고 싶다. 제너럴 셔먼 호가 철 구조물의 선박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 당시 제작되는 배들은 대부분 목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재료의 특성상 가공이 쉽고, 물에 뜬다는 이유 때문이다.


목재를 주요 재료로 배를 건조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배의 기초가 되는 용골(Keel)을 거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늑골(Frame)을 설치하여 선박의 뼈대를 갖추고, 이 늑골에 외판(Shell)을 조립하면 선체의 외형이 완성되었다. 이후 역시 목재를 활용하여 선체 내부에 격벽(Bulkhead)을 만들어 구획을 나누고, 그 위에 갑판(Deck)까지 설치하면 배가 완성되었다. 이러한 재료와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배가 갤리(Gally), 카라크(Carrack), 갈레온(Galleon), 슬루프(Sloop), 스쿠너(Schooner) 등으로 불리는 범선이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람을 주 동력으로 삼는 범선은 증기를 이용한 동력선으로 교체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제너럴 셔먼 호는 ‘증기선’이라는 이미지가 마치 사실처럼 굳어져 있다.

그렇다면 당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제너럴 셔먼 호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제너럴 셔먼 호를 범선 종류 중 하나인 스쿠너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쿠너와 증기선은 분명 서로 다른 종류의 배이다. 제너럴 셔먼 호에 대한 대표적인 기록은 미국에서 제너럴 셔먼 호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를 들 수 있다.(1868 the USS Shenandoah under Captain John C. Febiger) 이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제너럴 셔먼 호를 2개 이상의 돛과 세로돛이 달린 스쿠너로 배의 종류를 구분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제너럴 셔먼 호가 스팀을 이용한 동력선이라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 해군에서 증기선과 스쿠너조차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제너럴 셔먼 호를 운용 중이던 영국 회사(Messrs Meadows company)에서 미 정부에 보낸 제너럴 셔먼 호 사건 관련 서신은 이 배의 종류를 알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영국에서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영국 신문 등에서 주로 보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 선주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후 미국에서 조사를 담당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국 회사는 관련 정보를 미 정부에 보낸 것이었다. 영국 회사의 서신에서도 제너럴 셔먼 호의 종류를 증기선이 아닌 스쿠너라고 구분하고 있다. 무역 회사에서 선박의 종류조차 구분하지 못했을 것 같지는 않고, 이 서신에서 다른 배에 대해서는 증기선이라고 배에 따라 스쿠너와 증기선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증기선을 스쿠너라고 착각하여 보고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과서를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 제너럴 셔먼 호를 증기선 혹은 돛이 있는 증기선의 형태로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스쿠너처럼 2개의 돛을 달고, 외륜(外輪船, paddle wheeler)이 추가로 달려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외륜선(Steam paddle)으로 표현하지, 스쿠너라고 구분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신미양요의 원인으로 알려진 ‘제너럴 셔먼 호 사건’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신미양요가 일어난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왕이면 이때 제너럴 셔먼 호 사건을 비롯해 신미양요에 대한 연구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soothhistory@nahf.or.kr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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