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 인원 감축·시청료 인하…영국 BBC, 프로그램 고민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TV 주인은 시청자
한국방송공사(KBS)는 그렇지 않지만, 다른 나라의 공영(公營)방송들은 TV 수신료 인하나 동결로 인한 수입 감소에, 진지하고 처절하게대비하고 있다.
KBS가 귀감으로 삼는 일본의 NHK. NHK의 TV 수신료(시청료)는 두 가지이다. 지상파는 월 1225엔(1만3000원), 위성방송은 2170엔(2만3000원)이다.
마에다 아키노부(前田晃伸) NHK 회장은 지난 4일 코로나로 인한 시청자들의 고통을 고려해 2223만명이 계약·수신하고 있는 위성 수신료를 10% 인하한다고 밝혔다. 마에다 회장은 수신료 인하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 감소에 대비해, 방송센터 신축 연기와 라디오와 위성 채널의 감축, 관리직 인원의 30% 감축과 함께 희망퇴직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NHK는 2012년에도 시청료를 7% 인하했고, 지난해에도 2.5% 인하했다.
영국의 BBC. BBC는 올해 수신료(연 154.5파운드/ 22만7500원)를 동결했다. 동결에 따른 수입 감소에 대비해 BBC는 올해 기자 450~500명을 줄이기로 했다(2021.1.29). BBC는 경영상황이 악화한 과거(2011~2016)에도 3400명을 감축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현업자들이 반발해 방송에 차질이 생기고 했지만, 이겨냈다.
BBC의 인원 감축은 NHK와 약간 결을 달리한다.
BBC는 35세 미만의 젊은 시청자들이 TV를 떠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 젊은 사람들도 같은 수신료를 내는데, 이들을 잡아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의 고민이다.
BBC 보도책임자인 프랜 언스워스(Fran Unsworth)는 “젊은 시청자들을 잡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TV가 아니라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BBC의 고민을 토로했다.
이러한 BBC의 고민은 KBS의 고민이기도 하다. 어쩌면 전 세계 공영방송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인 오프콤(Ofcom)은 16~24세 연령층에서 BBC를 보지 않는 비율이 2018년부터 50%를 넘어섰다고 경고한다.
또 영국 정부는 75세 이상의 고령층에게는 시청료를 면제하는 방안과 시청료를 내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대신 자율에 맡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의 공영방송 지주회사 격인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elevision)도 지난 2018년부터 계속된 정부의 교부금 삭감 조치가 2021년에도 적용돼 지금까지 모두 1억4600만 유로(2000억원)의 수입 감소를 감내하고 있으며, 시청료는 6년째 동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프랑스 시청자들은 현재 주민세와 함께 시청료(연간 138유로/19만원)를 납부해 왔는데, 정부가 주민세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회사는 타개책을 찾고 있다.
시청자 조사기관의 자료를 보면 KBS도 시청자의 고령화로 장래가 암울하다. KBS 뉴스의 경우 시청자의 80% 이상이 50세 이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KBS의 고정 시청자들은 사라지고, KBS와 담쌓고 살아온 젊은 세대들이 자라서 시청료를 순순히 낼지, 걱정된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TV의 주인은 시청자다. 그런데도 공영방송 KBS는 시청자와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힘 있는 동네 즉 집권당이나 청와대로만 구애(求愛)의 눈길을 보낸다.
이 시선의 미스매치(Mismatch) 때문에 코로나 와중에 시청료 인상과 같은일이 벌어진다. 시청자들은 “보지도 않는 KBS에 왜 시청료를 내야 하나?” 하는데, KBS는 시청자가 아니라 정부 여당에 ”우리가 잘하고 있지요?“한다.
최근에 불거진 아나운서 김모씨가 정부 여당에 불리한 기사는 통째로 읽지도 않거나 한두 문장을 빼고 읽고 심지어는 자신이 한 두 줄 더 적어 넣어 읽었다니, 이것도 ‘대한민국 대표 공영 미디어’ KBS 내부의 ‘충성경쟁’인가?
그런데다 KBS는 “너네가 아무리 뭐라해도 우리 회사 정년 보장되고요, 수신료는 전기요금 포함되서 꼬박꼬박 내야되고요….”라는 격양가(擊壤歌, 풍년이 들어 농부들이 땅을 두드리며 기쁨에 겨워 부르는 노래) 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가 국영(國營)방송에서 공영(公營)으로 탈바꿈한 지 50년이 돼 간다. 이제는 국영방송의 구습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시청료는 정부 여당이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갑을 여는 사람은 소비자인 시청자다. “그 정도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송을 위해 애썼으니 시청료를 더 주어야지”라고 시청자가 흔쾌히 지갑을 열도록 하는 방법을 아직도 모른다면 시청료 인상은 포기하는 게 좋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