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형 8개 증권사 대출채권 손실 3567억원…전년 동기比 308% 급증
라임사태 신한금투 952억, 옵티머스 연관 NH證 944억원 대손상각비로 계상
라임·옵티머스 펀드사태와 관련된 증권사들이 지난해 대규모로 쌓은 대손상각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대출채권 관련 손실 규모는 총 3500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증권사들은 대출채권과 관련한 대손상각비를 지난해 실적에 반영해 추가 손실 확대는 막았지만, 금융당국의 라임·옵티머스 징계논의가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업을 영위하는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NH투자·삼성·KB·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8개 증권사의 대출채권 관련손실은 3566억8941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손실액인 873억7885만원 대비 308.2%(262693억1056만원) 폭증한 규모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사상 최대치다.
증권사들의 대출채권 관련손실은 크게 ▲매각손실 ▲평가손실 ▲대손상각비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대출채권 평가손실은 증권사들이 IB딜에 활용하기 위해 투입하는 고유자금(자기자본)을 의미한다. 대손상각비는 이 가운데 회수가 불확실한 대출채권을 의미한다.
증권사별로 신한금투는 지난해 989억2937만원 규모의 대출채권 손실을 기록하면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말의 29억7884만원 대비 3221.1%(959억5053만원)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신한금투의 전체 대출채권 관련손실 가운데 96.2%에 달하는 952억1181만원이 대손상각비로 계상돼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말 대손상각비 규모가 9154만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10만3911.2%(951억2027만원)이 폭증한 셈이다.
신한금투의 대출채권 대손상각비가 급증한 이유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때문이다. 신한금투와 라임운용은 2017년 5월 총수익스와프(TRS)를 맺고 IIG 펀드 등 5개 해외무역 금융펀드에 투자했지만 부실이 발생해 1287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피해자들이 라임펀드의 손해배상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금융당국도 징계를 내리면서 해당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을 대손상각비로 계상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IB딜을 진행할 때 활용하는 고유자금이 늘어나면서 이를 대출채권으로 인식해 평가손실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면서도 "라임펀드에 대해 진행한 TRS 관련 손실을 선제적으로 손실로 처리하면서 대손상각비가 크게 늘어났지만 이미 출범한 가교운용사의 펀드 재운용 결과에 따라 손실규모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의 대출채권 관련손실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대손상각비는 944억3532만원으로 전년 동기의 409억9262만원 대비 130.4%(534억4270만원) 늘어났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지연으로 예상되는 고객 손실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에 따라 지급할 가능성이 있는 보상금 추정액 추정치를 미리 대손상각비로 잡아놓은 것이다.
사모펀드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던 삼성증권은 대출채권 관련손실이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증권의 대출채권 관련손실은 28억105만원으로 전년 동기의 100억2141만원 대비 72.0%(72억2036억원) 감소했다.
다만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펀드와 관련한 손실금액을 반영한 만큼 향후 추가적인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신한금투는 2019년과 지난해를 포함해 투자상품 관련 누적 손실을 5200억원 규모로 계상했다. 4분기에만 900억원이 넘는 대손상각비를 기록한 만큼 올해 실적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와 관련한 증권사들의 고민은 조금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초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금투,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18일부터 NH투자증권, 한국예탁결제원, 하나은행 등 옵티머스 펀드 관련 기관들에 대한 제재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각 증권사들이 올해 충격 완화를 위해 손실을 미리 대거 잡아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이 판매사에 대한 과태료를 경감하는 등 일부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펀드와 관련한 중징계에 대한 전망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사모펀드 논란이 끝나기 전까지 확정된 것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