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의 궤적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고, 인간 내면의 비밀스러운 심상을 유추하고자 하는 화가다.
물감이라는 질료(質料)가 갖는 물성(物性)은 강형덕 화백의 주요 관심사다. 작가의 눈과 손의 감각에만 의지하지 않고 계산된 물감의 재배치로 질료가 갖는 물성을 다양하게 담아낸다. 그는 “물질은 정신으로부터 형태를 빌려 입는 소극적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형태를 산출할 가능성을 내재한 적극적인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2020년 3월 인천 도든아트하우스에 출품된 그의 작품은 온화하고 화창하다 못해 새롭고 경이롭고 뜨겁다. ‘그리는 행위’로 표현할 수 없는 형상을 연출하는 그의 작품은 럭비공처럼 변화난측(變化難測)하다. 가느다란 창구를 통해 그의 작품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일시 멈춤’도 필요해 보인다.
강형덕 화백의 작업은 과거의 표현양식을 탈피하는 것에서 시작하며, 수 없는 반복 작업의 결과물이다. 물감을 단번에 얹는 즉발적(卽發的) 표현방식을 선택, 질료의 원초성(原初性)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적화(最適化)된 형상을 발견할 때까지 인내심으로 반복한다.
이는 물성을 담보하는 임페스토(Impasto) 기법을 변용한 기술로써 물감 자체의 두께를 조절, 농담(農談)의 변화가 어려운 아크릴의 한계를 극복한다. 인페스토 기법은 미디엄을 사용, 두텁게 물감을 올려놓는 것을 누차에 걸쳐 반복하는데 두텁게 올리다 보면 자연적으로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만들어진다.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봄과 바다 등 다양한 심상이 떠오르고, 원색의 격렬한 터치에서
세상 밖의 자유와 창의를 갈망하는 그의 숨결이 느껴지기도 한다. 타인과 숨결 리듬을 맞추는 순간 공감은 시작된다. 그것이 강형덕 화백의 숨결일 때, 우리는 아름다운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될 것이다.
강형덕 화백/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성균관대학원 동양철학과 예술철학 전공,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환경미술협회,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사무국장 역임
글/이동신 갤러리K 작가, ssjamesle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