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제프리 입 2나노 공정 개발 수석 총괄 임명
글로벌 파운드리 격차 확대…점유율 차이 39.2%p
이재용 공백에 미래투자 불확실…EUV 확보도 비상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 타이완 TSMC가 미세공정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세공정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지만 인수합병(M&A)와 투자를 적극 주도할 수 있는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로 자리를 비우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타이완 TSMC는 제프리 입 2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개발 수석 책임을 총괄로 임명했다.
입 총괄은 TSMC에서 미세공정 연구를 최선봉에서 이끌고 있다. 지난 2016년 TSMC에 합류하기 전에는 AMD와 모토로라 반도체와 퀄컴 등을 거치며 반도체 전문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최근 영입된 미세공정 고위 임원들과 함께 2나노 공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케빈 장 TSMC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8월 온라인 기술 심포지엄에서 “2나노 반도체 공장 부지 취득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는 2024년 제품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TSMC의 미세공정 역량 강화에 탄력이 붙으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 부회장의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격차가 벌어진 파운드리 시장에서 이를 줄일 수 있는 적극적인 투자와 M&A를 주도할 수 있는 총수의 부재로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5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TSMC외에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TSMC와 마찬가지로 오는 2022년까지 3나노 공정 생산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점유율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예상 점유율(매출기준)은 TSMC가 55.6%로 2위인 삼성전자(16.4%) 보다 39.2%p 높다. 이는 최근 2년간 가장 큰 격차로 사실상 TSMC가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절대적인 투자액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TSMC가 밝힌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30조원으로 업계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12조원 대비 3배 가까이 높다.
특히 미세공정 실현에 필수인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 확보 측면에서도 이 부회장의 부재는 뼈아프다. EUV 장비는 반도체 선폭이 7나노 이하의 선단(첨단) 공정 가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글로벌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네덜란드 ASML이 단독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총수의 역할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네덜란드로 출장을 떠나 ASML 본사를 방문하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등 미세공정 초격차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영향력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터라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법무부의 취업제한 조치를 받으며 당분간 경영 참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법무부 ‘경제사범 전담팀’은 지난 16일 이 부회장 측에 취업 제한 대상자라는 사실과 취업 승인 신청 절차 등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