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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로 치닫는 배송 속도경쟁…“시장 불안정에 따른 부작용”


입력 2021.03.10 06:00 수정 2021.03.09 16:25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쿠팡·마켓컬리 이어 롯데온·11번가 등도 빠른 배송 경쟁력 강화

빨리빨리 문화도 출혈경쟁 요인…“차별화된 상품·서비스로 승부해야”

유통업체들의 배송 속도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쿠팡

그동안 가격 중심이었던 유통업계의 경쟁이 이제는 배송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업체들의 배송 속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온·오프라인 간 채널 경계가 흐려져 모든 유통업체들이 배송 경쟁에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시장이 아직 불안정한데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맞물리면서 빚어낸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상품과 서비스, 가격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배송 플랫폼 스타트업 ‘PLZ’와 함께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고객이 주문하면 2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는 ‘릴레이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 배달기사는 지역 거점(CP)까지만 담당하고 이후는 자신의 오토바이, 자전거, 차량 등으로 이동하는 플렉서가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11번가도 지난해 전국에 물류센터를 둔 우정사업본부와 전략적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근거리 물류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인 ‘바로고’의 지분 약 7.2%를 획득했다.


11번가는 올 상반기 중 우체국 물류센터를 활용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자정까지 주문된 상품은 익일배송하는 동시에 바로고의 근거리 물류망과 도심 거점 물류 등에 기반해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달부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자체 온라인몰 주문 상품을 1시간 내 즉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다 새벽배송 선두주자로 꼽히는 쿠팡과 마켓컬리 역시 배송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고 네이버도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있어 배송전쟁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쿠팡은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운송·물류 역량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쿠팡은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수년 내 7개의 지역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선물류센터인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했다. 김포센터는 상품을 이동하고 분류하는 작업 동선을 최소화하고 작업을 단순화하는 QPS(Quick Picking System)을 도입해 분류 담당자의 자리로 상품이 바로 이동해 올 수 있는 컨베이어를 설치했다.


문제는 업체 간의 속도경쟁이 너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니즈에 의한 배송전쟁이 아닌 업체 간의 경쟁에서 빚어진 흐름이라며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속도경쟁으로 인한 배송기사의 안전과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기업의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감소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스피드 경쟁도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이 소비자의 니즈에 의해 이뤄진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피드 경쟁의 끝이 결국 비용인 만큼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니즈와 욕구에 맞춘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에 의해 생존 경쟁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상품과 가격에서 배달로 경쟁 포인트가 옮겨가면서 누가 라스트 마일(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마지막 접점)을 잘하느냐가 관건인 시대가 됐다”며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안정화 되지 않은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에 따른 경쟁이 만들어 낸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소비자와 기업은 빠른 배송을 지양해야 한다”며 “정부가 배송 시간을 지정하며 사회적 단합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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