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요인외 병이 급격하게 악화할 요인 찾기 어려워"
수년간 택배기사로 일하면서 과로가 누적돼 질병이 발생한 40대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 없이 입원 치료와 업무 복귀를 반복하던 중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택배회사에서 물류감독을 담당하던 A씨는 지난 2014년 신증후군(신장 모세혈관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붓는 등의 질환)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폐렴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던 중 숨졌다.
그는 입원 기간에 노트북을 가져와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치료가 길어져 상사와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A씨는 괴로운 심정을 메모장에 남기기도 했다. A씨의 건강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2015년 1월 자택 요양 중 폐렴 진단을 받고 2월 사망했다.
A씨 유족은 A씨의 발병 및 악화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해당 질병의 직업적 요인이 밝혀져 있지 않아 업무 관련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했고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재심사 청구도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가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다 사망한 점이 인정된다며 유족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사망 원인이 된 폐렴은 개인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패소로 판결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은 "A씨의 질병은 망인이 신장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 근로 등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과로의 누적으로 발병했다"며 "이후 제대로 요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상사와의 갈등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가 질병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악화돼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요인 외에는 A씨의 병이 발생해 급격하게 악화할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