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변이 밝힌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들 살펴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폭로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농지법 위반 투기 의혹 사례를 추가로 발표했다.
두 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개최한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3기 신도시 대상지인 시흥시 과림동의 농지 거래를 자체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매매된 전답 131건 가운데 37건의 투기 의혹 사례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특히, 농지 소재지와 토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멀어 농업 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사례 9가지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내 과림동 농지를 구매한 일부 소유자의 주소지는 ▲경상남도 김해시 ▲경기도 용인시 ▲서울시 송파구 ▲서울시 양천구 ▲서울시 동대문구 ▲서울시 서초구 ▲서울시 강남구 ▲충청남도 서산시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서울시 송파구가 주소지인 농지 소유자는 LH공사 직원이다.
단체들은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해당 토지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경우 농지법이 규정한 '자기의 농업경영'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소유자들의 직업과 농업경영계획서의 허위·과장 작성 여부 등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은 "농사를 지으려면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3~4일은 농지에 방문해야 한다"며 "송파, 강남, 동대문, 용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매일 농사짓고 출퇴근하기에 적절한 거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농지소유자 중에 주소지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우도 많았지만 토지거래가액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투기로 의심된 경우도 있었다"며 "이 경우 위장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김해시·서산시에서 어떻게 매일 농사하러 올 수 있겠는가? 몇 시간 걸려서 출퇴근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주 1회만 방문하는 '주말농장'을 목적으로 한 토지거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거래가가 10억원~20억원에 달하고 대출 금액도 10억원을 상회한다"며 "아무리 대출 이자가 적다고 해도 주말농장, 레저 용도로 이런 엄청난 금액 투자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토지거래가액과 대출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농업경영 목적이 아닌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사례 18가지도 공개됐다.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A씨는 과림동의 954㎡ 면적 농지를 8억4000만원에 사들였고 채권최고액이 8억4500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시흥에 사는 B씨는 면적 2331㎡의 땅을 21억원에 샀고, 채권최고액은 19억5600만원에 달했다. 또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C씨도 면적 2501㎡의 토지를 21억원에 샀고 채권최고액은 18억원이었다. 현재 이들 토지는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밝혔다.
민변 관계자는 "대규모 대출을 통해 농지를 매입한 경우 농업경영 목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채권최고액이 4억원이 넘는 경우 금리가 3% 수준이라고만 가정하더라도 월 77만원의 대출이자가 발생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유자들은 모두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농지를 매입했고 이 중 15개 사례는 채권최고액이 거래금액의 80%를 넘었다"며 "통상 대출액의 130% 내외가 채권최고액임을 감안하면 매입대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로 충당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지 대부분이 고물상, 건물부지 등 다른 용도로 이용되거나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업에 종사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과장 작성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강훈 위원은 "현장을 가보니 울타리만 쳐놓고 허허벌판으로 방치된 곳이 많았다. 실제 농지인 곳은 굉장히 적었다"며 "물론 농지인 곳도 있었지만 워낙 비정상적인 거액의 거래가 이뤄져 농업경영으로 수익을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분명히 시세차익이 목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 1팀장은 "30~40년간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 어느 날 외지인들이 몰려와 농지를 다른 용도로 쓰고 있는 데도 정부는 손 놓고 보고만 있는 것에 분노해 제보를 해주셨다"며 "오늘 기자회견 이후 땅투기 세력들이 갑자기 토지를 농지로 변형시킬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