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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반부패정책협의 긴급 점검] 공무원이면 다 친일파 취급?…"김상조 같은 큰 도둑이나 잡아라"


입력 2021.03.30 15:00 수정 2021.03.30 15:0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김하나 기자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제 실시?…"불법·위법 책임, 전체 공무원에 전가"

"7급~9급 공무원 대부분은 부동산 개발 정보에 접근조차 못해…사기만 저하"

"재산등록이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등록했는지 검증하는 게 핵심, 실효성 없어"

"투기 이득 입증되면 소급 입법하지 않아도 환수 가능…선거 앞두고 입법공약 남발 우려"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부동산 부패 청산이 지금 이 시기 반부패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며 공직자 재산등록제 확대,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 등의 강도 높은 제도 개혁을 주문했고, 여당은 부동산 투기로 얻은 공직자의 과거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소급 몰수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현재 4급 이상 공무원을 기준으로 하는 공직자 재산 의무 등록 범위를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투기근절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공무원들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과잉규제'라는 이유에서이다.


인사혁신처의 '2020 인사혁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체 공무원은 111만3873명에 달하며 공공기관 직원은 총 41만594명이다. 이들 15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재산등록은 막대한 행정력 낭비가 불가피해 보이는 부분이다.


장영수 교수는 "재산 사항을 등록했다고 능사가 아니라 등록을 제대로 했는지 검증이 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소수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도 안 맞는 것들이 부지기수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증대상이 수십 배로 늘어나면 그 등록된 사항들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김상조 같은 큰 도둑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다. 제도적으로 일반 공직자들을 옭아매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어떤 공무원이 산 부동산이 오르고 그것이 내부 비밀 정보를 이용한 것까지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은 결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부동산 재산 등록제가 도입된다 할지라도 차명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며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얼마든지 제3자를 이용해 거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공무원 재산등록 의무화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고 "보궐선거를 앞두고 불법·일탈 행위의 책임을 전체 공무원들에게 전가하는 식으로 비난 여론을 무마하려는 수작"이라며 "150만 명에 이르는 공직자들이 모두 심사대상이 된다면 부실심사는 필연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은 "재산등록 심사만으로는 차명거래 등의 불법행위를 잡을 수 없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며 "일선 기초자치단체 7급~9급 공무원 대부분은 '(부동산 개발)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조차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아울러 투기로 얻은 공직자의 과거 부당이득을 소급 몰수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은 위헌 논란에 직면했다. 범죄행위 시점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법률 조항을 소급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과 같이 소급적용이 인정되는 입법 사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무리한 입법 시도는 최종적으로 위헌결정에 부딪혀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는 물론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지만 소급처벌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 환수가 유일하게 인정받은 예외일 정도로 소급 적용은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현재 부동산 투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이득이 입증되면 소급 입법을 하지 않아도 (부패방지법 등으로) 환수가 가능하다"며 "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입법공약이 남발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서성민 변호사는 "소급적용은 형벌불소급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무척 어려운 사항"이라며 "정부가 처벌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위헌성 논란을 벗어날 수 없다면 현행법상 할 수 있는 대책이나 해결방안들에 더 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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