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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침체기①] 유튜브에선 ‘인기’…현실은 ‘잊혀진 존재’


입력 2021.04.01 14:45 수정 2021.04.01 15:0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유튜브 공개 과거 영상 수백만 뷰 조회…방송사들, 편집본 업로드

방송사들은 신규 제작 ‘미적’…시청률 담보 못해

매일 저녁 안방극장을 웃게 만들었던 시트콤이 TV 편성표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7년에 방송된 ‘너의 등짝에 스매싱’이 사실상 마지막 시트콤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만 사라졌을 뿐 오히려 사람들은 여전히 시트콤을 보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서는 MBC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 시리즈, '안녕 프란체스카', '하이킥' 시리즈, SBS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2000년대 초반 방송된 시트콤이 역주행하고 있다. 여전히 '순풍산부인과' 미달이, '하이킥'에서 "빵꾸똥꾸'를 외치던 혜리가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각 방송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제작비를 들여 새로 시트콤을 만들기보다 과거의 시트콤을 재활용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MBC는 지난해 5월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오분순삭'이라는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 '거침없이 하이킥' '뉴 논스톱' 등 과거 시트콤을 5분으로 편집해 업로드하고 있다. SBS도 'SBS NOW'에 '순풍 산부인과'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를 10분짜리로 편집해 올리기 시작했다. ‘★레전드★ 미달이의 방학숙제편’은 522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방송국들은 시트콤의 역주행을 눈으로 확인했지만 정작 제작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현재 TV조선의 '어쩌다 가족'이 시트콤을 표방한 홈드라마만을 방영하고 있을 뿐이다.


방송관계자들은 시트콤이 부활하지 못하는 이유를 저조한 시청률,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와 제작비 증가, 방송 제작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시트콤의 전성기'라고 불렸던 1990년~2000년대 방송한 '세 친구'는 평균 시청률 38%, '순풍산부인과'는 20.7%, '뉴 논스톱' 27.7%, '거침없이 하이킥' 20.4%, '지붕뚫고 하이킥' 24.9% 등 높은 수치를 자랑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0년 방송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15.5%, KBS2 '일말의 순정'이 8.8%, '닥치고 패밀리' 10.3%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이 7.5%의 시청률을 보였다. 자체 최고시청률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을 누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시트콤 집필 경력이 있는 한 작가는 "과거엔 시트콤이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제작비 대비 시청률, 화제성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능에 밀려 시청률이 떨어지고 TV를 보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예전처럼 시트콤이 다시 눈길을 끌려면 제작비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고, 이름 있는 작가나 배우를 기용해야 하는데, 이미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이 정도로는 드라마, 웹드라마의 화제성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관심이 멀어졌다는 것은 시트콤 전성기 시대 기록했던 20~30%대가 10%대로 떨어진 시청률수치와 함께 회차 축소로도 확인이 가능했다. '순풍산부인과'는 682부작이었으며,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293부작, 청춘시트콤 '논스톱'은 시리즈 당 422부작, 301부작, 248부작으로 종영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167부작, ‘지붕 뚫고 하이킥’ 126부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123회, '닥치고 패밀리' 120부작, '일말의 순정' 125부작으로 끝을 맺었다.


과거 지상파 시트콤을 만들었던 제작사 관계자는 "러닝타임이 짧고 드라마처럼 쟁쟁한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 지원제작에도 제약이 있다. 어떻게든 협찬을 어떻게든 받아서 이어가보려고 했지만 시트콤이 주5일씩 방영되지 않았나. 광고 수입으로 제작비를 채워야 하는데 투자를 받아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주5일 에피소드가 제작 일정을 짜기에도 위험부담이 컸다. 시트콤 대본을 쓰기도 바쁘고, 찍기도 바빴다. 그러니 에피소드의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청률은 저조했다. 이것들도 시트콤 제작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고 현실적인 이유를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9년 7월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동시에 길어지고 있는 업계 환경 때문에 지상파에서 과거와 같은 시트콤을 만들어내는 건 더 이상 무리라고 전망했다.


대신 달라진 환경에 변모한 시트콤들이 제작을 준비하며 다시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V보단 OTT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미스틱스토리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제작을 맡았다. 이 시트콤은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청춘을 담은 시트콤이다. 배우 박세완과 신현승, GOT7(갓세븐) 영재, (여자)아이들 민니, 모델 한현민 등이 출연한다.


특히 이 작품이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남자 셋 여자 셋'부터 '논스톱' 시리즈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시트콤을 제작해온 시트콤 전문 프로듀서 권익준 PD가 크리에이터 겸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또 '하이킥', '감자별 2013QR3',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연출한 김정식 PD가 함께하고, 각본은 '순풍산부인과', '뉴논스톱'의 서은정 작가와 '논스톱 1,2,3', '막돼먹은 영애씨 15,16,17'의 백지현 작가가 맡았다.


웨이브도 김성령 주연의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12부작이며,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탑 매니지먼트', '대세는 백합' 등을 연출한 윤성호 PD가 연출을 맡았고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 등의 드라마를 기획해온 크리에이터 송편이 김홍기, 최성진, 박누리 작가 등과 의기투합한다.


시트콤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들이 의기투합해 제작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시트콤의 부활을 논하기는 이르다. 카카오M이 지난해 9월 '프로듀사'의 서수민 PD와 '해어화'의 박흥식 감독, 'SNL코리아' 유희원, 김미정 작가가 뭉친 '아름다운 남자, 시벨롬'을 공개했지만 카카오M의 화제가 됐던 다른 콘텐츠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다.


[시트콤 침체기①] 유튜브에선 ‘인기’…현실은 ‘잊혀진 존재’

[시트콤 침체기②] 예능형 드라마가 채운 빈자리, 대안인가 변주인가

[시트콤 침체기③] OTT는 제작 시도 있지만…지상파 “메인 작가가 없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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