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알바 줄이고 투잡 뛰는 사장님
인건비 부담 갈수록 커…"내년에도 오를까 전전긍긍"
유통·외식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협상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한 번도 인상률이 동결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긴장하는 분위기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이 오는 20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에서 근로자 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처럼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한 바 있다.
최저임금연대회의는 “늦었지만 시급 1만원 공약을 이행해 달라”며 청와대에 촉구하는 등 요구도 거센 상황이다. 2019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 데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인상률도 급격하게 떨어져 사실상 동결 또는 삭감 상태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고충을 겪는 상황인 만큼 동결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전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할 경우 고용은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절대적이다.
유통·외식업계 역시 반발하고 있다.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배달까지 나선 상황에서 인건비 증가는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중에서도 편의점업계의 우려가 가장 크다. 주로 5년 단위로 계약하는 편의점 가맹점은 지하철이나 건물 전체가 문을 닫는 특수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24시간 영업을 한다. 때문에 아르바이트(알바생) 고용이 불가피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주휴수당 등의 문제도 뒤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점주 A씨는 “인건비를 충당하려면 심야 시간에 매출 40만원 이상은 찍어야 하는데 보통 10만원 미만으로 나온다. 거리두기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며 “올해 말 재계약 때는 야간 미영업으로 계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본사 역시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긴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생색은 정부가 내고 보상안은 기업에 떠넘기는 식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조금이라도 인상이 안 된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1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매년 도의적인 차원에서 상생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도 어렵고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식당 등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해마다 반복됐던 갈등이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더욱 복잡한 심정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직원 3명 중 2명은 자르고 1명은 근로시간을 줄였다”며 “코로나19로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감소해 주휴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어렵게 내린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카페에서 무슨 알바생이 필요하냐고 하지만,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고 손님을 맞고 청소를 하고 일을 분담하지 않으면 장사가 불가능하다”며 “일손이 딸리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2명은 카페에 상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 자영업자의 경우 임금 인상에 따른 걱정은 더하다. 프랜차이즈처럼 본사로부터 전기세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도 없는 데다, 운영에 따른 금액 역시 고스란히 개인 부담으로 직결돼서다.
때문에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또다시 일반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퇴직금 털고 대출 받아 개업했는데, 1년 만에 코로나로 빚만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는 본사에서 마케팅이라도 적극적으로 해주고 상생정책이라도 내놓으면서 살 길 마련에 힘 써 주지만, 우리는 이러저리 뛰어봐야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주휴수당 문제까지 겹쳐 이중고를 낳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