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의석 110석 中 101석 민주당…10년 만에 다시 전쟁?
오세훈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구청장들과의 갈등이 10년 만에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오 시장의 첫 시의회 공식 일정은 오는 19일 열리는 임시회 시정 연설과 질의로 예정됐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지난 5일 오 시장의 내곡동 처가 땅 셀프 보상 의혹을 놓고 행정사무조사를 벌이고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시정 질의에서 공세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오 시장을 상대로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김 의장은 지난 9일 언론인터뷰에서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시장님이 뜻대로, 마음대로 중단할 사항은 아니다"며 "의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의회 협치를 부탁한 지 하루 만이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 폐지에 대해서도 시장 전결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의원 동의 과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의회 조례도 개정해야 하고 상임위 논의도 거쳐야 한다. 중앙정부와 국토교통부와도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재보선 선거기간 중 "(오 시장이) 싸움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싸워야 하고 정부하고 싸워야 하고 시의회하고 싸워야 한다"면서 "시의회만 해도 시의원 110명 중 101명이 민주당인데 싸워서 이기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는 10년 전에도 사사건건 대립했다. 당시 오 시장과 건건이 정치적으로 충돌했던 제8대 서울시의회는 시의회의원 111명 가운데 74명이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와 대립한 끝에 주민투표 실시로 사퇴했다.
현재 정치적 환경은 더 녹록지 않다. 조례와 예산을 통해 시정을 뒷받침할 서울시의회 의석 110석 가운데 101석은 국회에서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고,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4개 자치구 구청장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의석 차이가 워낙 많이 나 시장과 시의회·자치구장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짧은 임기도 잠재적 갈등 요소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임기가 14개월 남짓인 오 시장은 스피드 주택공급, 스피드 교통을 공약을 내세우며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오 시장의 취임 축하 성명에서 "그간 보여왔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각을 세웠다.
특히,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은 핵심 갈등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조례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시의회 동의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면서 "정비사업 인허가권의 상당수를 쥐고 있는 구청장들도 민주당 소속이라 오 시장이 의회 설득 없이 부동산 공약을 밀어붙이면 갈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시정을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오 시장은 선거 기간 박 전 시장의 정책 229개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171개를 보류·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성중기 서울시의원은 "박 전 시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시민단체 사업 등에 대해 오 시장이 과감하게 칼질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오 시장과 시의회의 협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서울시의회 입장에서도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오 시장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렵다. 오 시장 역시 지난 8일 취임 첫날 방문지로 서울시의회를 선택해 김 의장을 예방하고 "잘 모시겠다"며 거듭 허리를 숙인 만큼 극적인 협치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