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황에도 3대 명품 작년 2.4조 매출…억눌렸던 보복소비↑
'집 못사니 명품으로 플렉스' 수요도 급증…전문가 "현상 지속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명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생필품 시장에서는 최저가를 선호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유한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76.7%, 284.7% 급증한 1519억원, 703억원을 거뒀다.
에르메스코리아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191억원, 13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15.8%, 15.9%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15.8% 오른 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로 전년 대비 13% 줄어든 9296억원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4%, 32% 증가한 1491억원, 106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면세업계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올해에도 명품 브랜드의 오프런(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사기 위해 뛰는 행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샤넬의 일부 제품의 가격이 인상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난 14일 주요 백화점의 샤넬 매장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앞서 작년 5월과 10월에도 샤넬의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몰린 바 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 소비에 있어서는 단 1원이라도 싸게 구매하려는 최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쿠팡의 무료 로켓배송에 이마트가 최저가 보상제로 맞불 작전에 나서면서 촉발된 가격경쟁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가공·생활용품을, 마켓컬리는 60여종 장보기 필수상품을 중심으로 각각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GS리테일은 지난 8일부터 온라인 장보기 쇼핑몰인 ‘GS프레시몰’에서 가격 변동이 큰 파, 양파 등 채소 50여종을 쿠팡·이마트몰·오아시스마켓보다 싸게 파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소비시장의 전반적 회복이 필요한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명품에만 국한돼 살아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려진 소비심리가 한 꺼번에 분출되는 보복소비 현상과 해외여행 등을 가지 못한 보상심리가 맞물리면서 고가 제품 중심으로 소비가 쏠린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자신의 소득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일명 벼락거지들의 소비를 부추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2030세대들이 치솟은 집값에 집 구매를 포기하면서 생긴 여윳돈으로 명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의 ‘플렉스(flex)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영향도 크다.
플렉스는 힙합 문화 중 하나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한다는 의미로, 남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요구가 명품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서도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명품 언박싱(구매한 상품을 개봉하는 영상), 명품백 하울(구매한 물건을 품평하는 영상) 등의 콘텐츠를 많이 올리고 있다.
서울 중구에 사는 20대 정 모씨는 “요즘 저축보다는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구경하고 싶은 것도 다 하는 분위기”라며 “미래를 대비하기 보다는 현재의 삶을 즐겁게 살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득 양극화가 소비 양극화를 초래했다” 며 “소득 상위 30% 정도의 가구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명품 구매로 이어졌고 2030 젊은 세대들의 플렉스 문화가 더해지면서 명품 소비가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저가 경쟁과 동시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을 소비하는 놀라운 양극화 시대에 진입했다”며 “소비 양극화 현상은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