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0조 투자 등 굵직한 사안 총수 의중 절대적
반도체 비전 2030 등 이 부회장 주도 미래 대비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힘 받는 이재용 사면론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 간 ‘반도체 비전 2030’을 비롯한 이 부회장의 계획을 바탕으로 투자와 채용을 진행해 왔지만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사면론에도 점차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부재가 더 길어질 경우 향후 삼성전자의 투자 및 채용 계획 수립에 차질이 생겨 경쟁력이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상적인 경영은 CEO선에서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결국 총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굵직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미래를 예측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 다른 기업들만 보더라도 총수가 직접 나서 미래 먹거리를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의 경우 키잡이 역할을 할 총수의 부재 속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큰 손실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주도로 반도체 2030 등 장기 계획을 수립해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해 왔다. 이 부회장은 줄 곳 반도체 등 주력 분야에서의 ‘초격차’ 실현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옥중 메시지를 통해 이 부회장은 “제가 처한 상황과는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하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으로 170억달러(20조원)에 달하는 미국 현지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평택캠퍼스 제3공장(P3)라인 증설 까지 최소 50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평택 P3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장비 반입이 시작되고, 시험가동을 거치면 대략 2023년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채용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다음달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신입사원 공개 채용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와 LG, SK, 롯데를 비롯한 국내 5대 그룹 중 공채를 진행하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특히 최근에는 가전(CE)·모바일(IM) 부문에서 소프트웨어 우수 경력 직원을 모집하는 등 외부 인재 채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부문인 삼성리서치와 글로벌기술센터도 관련 인재를 뽑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대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선 장수 역할을 해줄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 등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장수 없이 싸워야 되는 꼴”이라며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선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