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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화웨이, 인도 5G 장비 배제…삼성 반사이익 전망


입력 2021.05.06 11:37 수정 2021.05.06 14:02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릴라이언스지오 등 인도 이통사 시범사업 명단서 빠져

‘국경 갈등’ 보복…네덜란드 보고서로 보안 우려 더해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화웨이

미국 제재로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거대 시장인 인도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사업에서 공식 배제되면서 대내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전 세계 5G 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스마트폰 점유율은 미국 제재 이후 중국 제조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추락했다. 올해는 자국 내 점유율로 버티던 장비 시장에서마저 국가 간 분쟁으로 경쟁력이 약화하는 모습이다.


6일 더힌두 등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통신부는 최근 릴라이언스지오, 바라티에어텔 등 자국 이동통신사가 6개월간 진행하는 5G 시범사업 진행을 승인했다. 이 장비 제조사 명단에는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등이 포함됐으며 화웨이·ZTE 등 중국 업체는 제외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중국과 국경 갈등을 빚은 인도의 보복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군과 인도군은 지난해 자러완 계곡, 판공호(湖) 등 국경 지역에서 충돌했다. 인도군 20명, 중국군 4명이 사망하면서 인도 내에서 반중(反中) 정서가 격화했다.


한국화웨이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월드IT쇼 2021’에 마련한 전시부스 이미지.ⓒ한국화웨이

이후 인도는 지난해 알리바바를 비롯해 43개의 중국산 애플리케이션(앱)을 자국 내에서 금지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틱톡과 웨이보,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등도 금지했다.


이번 화웨이 배제 결정 이후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 회사가 인도 이통사와 5G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왕샤오젠(王小劍) 주인도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기업은 수년간 인도에서 대량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도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기여했다”며 “중국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은 그들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 시범사업 배제로 화웨이가 인도 5G 본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로고.ⓒ화웨이

인도 5G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에릭슨 모빌리티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5G 모바일 가입 건수는 2026년까지 전체의 26%를 차지하며 급성장할 전망이다. 화웨이는 5G 장비 수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사업에 배제되며 큰 사업 기회를 잃게 된 셈이다.


다만, 통신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인도에서 화웨이가 통신장비 시범사업 초청장을 받지 못하다가 나중에 받게 된 사례가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설상가상으로 최근 네덜란드에서 이통사 고객들의 휴대전화 통화를 감청했을 수 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보안 우려를 더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 신문 폴크스크란트는 지난달 화웨이가 이통사인 KPN 이용자들의 통화에 접근해 이를 들여다봤을 수 있다는 KPN의 내부 보고서를 최근 입수해 보도했다.


KPN은 네덜란드의 최대 이통사다. 화웨이가 통화에 비밀리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는 고객은 650만명에 이른다고 폴크스크란트는 전했다.


삼성전자(왼쪽)와 사스크텔 로고.ⓒ각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인도 5G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되면서 화웨이 공백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여러 번 만나며 공을 들여온 시장이다. 릴라이언스지오의 그룹사인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 회장과는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친(親)인도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릴라이언스지오 4G 사업에서 이동통신 설비 공급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가 지속되는 만큼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인도에서도 반사효과로 인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 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5G 통신장비 점유율은 화웨이가 31.4%로 가장 높고 이어 에릭슨 28.9%, 노키아 18.5%, ZTE 10.9%, 삼성전자 7.1% 순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캐나다, 일본 통신사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캐나다 이통사 사스크텔에 5G·롱텀에볼루션(LTE) 이동통신 기지국·가상화 코어 장비를 단독으로 공급한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NTT 도코모와도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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