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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성장의 이면①] 국내·외 작곡가들의 완성도를 위한 협업 혹은 위협


입력 2021.05.09 08:00 수정 2021.05.08 23:3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SM엔터테인먼트 케이팝 세계화 이끌어

행보 벤치마킹하는 소속사들

"외국 작곡가 기용 이점 있지만, 국내 작곡진 설 자리 좁아져" 우려도

ⓒSM엔터테인먼트


'Dem Jointz, Mayila Jones, Rodnae Chikk Bell, DEEZ, 유영진, 라이언 전'. 아이돌 그룹 NCT127의 '영웅' 작곡가 명단이다. 외국인 작곡가의 곡을 국내에서 발표하기로 결정이 되면 국내 정서에 맞게 혹은 소속사의 요구에 맞게 국내 작곡가들이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면 크레딧에 이들의 이름이 함께 올라간다.


외국인 작곡가와 한국인 작곡가의 협업은 이제 흔해졌다. 과거 음악 색깔의 다양화와 완성도를 위해 국내 가요 소속사에서 외국 작곡가에게 문을 두드렸다면 이제는 케이팝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사 먼저 제안을 하는 일도 많아졌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아이돌 음악이 국내 한정이 아닌, 전세계를 겨냥하며 필요에 따라 의기투합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이 시스템의 선봉에 선 곳은 SM엔터테인먼트다. SM엔터테인먼트는 1998년 S.E.S의 정규 2집 앨범 타이틀 곡 '드림스 컴 트루'를 핀란드 작곡가 리스토에게 받았다. 이후 동방신기는 '주문-미로틱(Mirotic)' 덴마크, 샤이니는 '누난 너무 예뻐' 미국, 에프엑스는 '츄(Chu)~♡'를 스웨덴 작곡가의 곡을 발표하며 신선한 도전과 장르의 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차별화된 곡으로 트렌디를 끌어가기 위해 꾸준히 외국인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으면서, 송캠프를 시작했다. SM은 송캠프 시스템화를 위해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매년 다국적 작곡가들이 이를 방문해 팀을 이뤄 노래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은 루나가 에프엑스로 활동할 당시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트랙, 멜로디, 반주 제작, 후반 작업을 분업화 하고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실험적 시도가 대중에게 통하자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다른 소속사들도 독특한 이미지 구축과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작곡가를 기용, 협업 하기 시작했다.


케이팝의 세계화와 완성도를 위해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뒤따른다. 한 관계자는 한국 음악 시장의 중심 축에 있는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가 외국인 작곡가들에게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지적했다. 이 작곡가는 "대형 기획사들의 아이돌 그룹의 경우 국내 작곡진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케이팝 가수가 외국인 작곡가가 중심이 된 노래를 부르는 형태가 아쉽다. 우리나라 작곡가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한 작곡가도 "송캠프를 통한 협업이 자본주의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좋을지 몰라도 고유 창작물에 대한 완성도를 묻는다면 '글쎄'다. 송캠프를 통해 노래가 공장처럼 나오면서 획일화된다는 느낌도 받는다. 케이팝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아닌 트렌드를 따라가는 추세가 되어버렸다"면서 "제작자가 창작자의 자율성에 개입을 어디까지 하느냐 역시 중요한 것 같다"고 바라봤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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