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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으로 충전하는' EREV 다시 뜬다


입력 2021.05.10 06:00 수정 2021.05.09 14:0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내연기관차와 전가차 장점 모두 살려

전기차 보급 여의치 않은 시장 공략 대안

현재 양산 중이거나 출시 예정인 EREV. ⓒ한국자동차연구원

내연기관 엔진이 구동에 개입하지 않고 배터리 충전용으로만 활용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 EREV)’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EREV는 하이브리드차(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BEV) 사이에 끼어 각국의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된 관계로 그동안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중국과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EREV를 잇달아 공개하며 친환경차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EREV는 성능, 실용성, 가격 면에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각각의 장점을 살린 친환경차로, 현실적으로 전기차가 대응하기 어려운 시장·소비자를 공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EREV는 기본적으로 구동 방식이 전기차와 동일하지만, 내연기관을 활용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린 자동차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만 차량을 구동하되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Range Extender)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직렬형(Series) 하이브리드차와 높은 유사성을 갖고 있다.


EREV는 병렬형·동력분기형 등의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달리 배터리 잔존용량이 감소한 경우에도 엔진이 구동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구조다.


2010년대 초 GM 쉐보레 볼트, BMW i3 REx 등 EREV 모델이 시장에 등장한 바 있으나, 당시 전동화 자동차에 대한 이해 및 수요 부족으로 인해 판매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쉐보레 볼트(Volt, 순수전기차 Bolt EV와는 다른 차종)의 경우 국내 시장에도 출시됐었으나, 국내에 EREV 관련 친환경차 지원 정책이 없는 관계로 판매량이 미미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일본의 영향력 있는 완성차 기업들이 EREV를 출시했거나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주목받는 중국 전기차 기업 리 오토(Li Auto)는 전기차가 아닌 EREV를 판매해 넓은 중국 대륙 안에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현실적인 전기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싸이리쓰(Seres) 역시 중국 대표 IT기업 화웨이(Huawei)와 합작해 SUV ‘SF5’를 EREV로 출시했으며, 화웨이의 전기구동 시스템 및 모바일 연결 솔루션(HiCar)을 장착하고 화웨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일본 닛산도 EREV와 유사한 개념의 직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2세대 ‘e-Power’를 공개하고, 해당 시스템을 전기차와 더불어 친환경차 확대의 양대 축으로 삼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외 마쯔다는 전기차 ‘MX-30’에 주행거리 연장용 로터리(Wankel) 엔진을 장착한 EREV를 출시할 계획이며, 전기차 기업 카르마(Karma)도 엔진을 장착한 EREV를 개발 중이다.


전기차, EREV, 하이브리드차(직렬형 제외)의 구조 개념도.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동차연구원은 이처럼 EREV가 다시 각광받고 있는 배경으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각각의 장점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특징’을 꼽았다.


전기차 특유의 뛰어난 가속력과 부드러운 주행감을 살릴 수 있고, 배터리 충전용 엔진은 회전수와 부하가 거의 일정한 상태로 작동하므로 높은 열효율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2세대 e-Power 시스템을 선보인 닛산은 자사 엔진에 신기술을 탑재하고 엔진 회전수와 부하를 고정할 경우 최대 50%의 열효율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가솔린 엔진 열효율이 4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 탑재된 배터리 용량에 의해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가 제한되는 전기차와 달리 주행 중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충전하므로 내연기관차 수준의 주행가능거리 구현이 가능하다.


싸이리쓰의 SF5는 배터리 및 연료탱크 완충 상태에서 최대 1000km(NEDC 기준) 가량 주행이 가능하다.


가격 측면에서의 이점도 있다. 비교적 작은 구동배터리와 소형 엔진을 조합해 전기차 대비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EREV의 배터리 용량은 30~40kWh 내외로 동급 전기차에 비해 작으며 배터리 용량은 엔진 가동 없는 주행(charge depleting mode) 가능거리를 얼마로 목표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자동차연구원은 EREV가 현실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여의치 않은 시장을 공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화석연료의 가격이 낮아 전기차 보급 이점이 부족한 국가, 전기차 구매 여력이 부족한 소비자층에서 EREV는 또 다른 친환경차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자동차 친환경화를 위해 EREV를 포함한 다양한 접근법을 탐색하고 있으므로, 정책 당국은 전기차(BEV)만이 유일한 해답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닛산과 마쯔다 등은 엔진·동력전달 효율 개선을 통해 전기차 외의 자동차도 전과정평가(LCA) 관점에서 충분한 친환경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은 “전기차가 친환경성에서 우위를 갖는 전제조건인 전력 생산·부품 제조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한 친환경차 정책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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