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조국→윤대진 순 '이규원 구명'
법조계 "전형적인 靑의 수사개입 방식"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허울 뿐이었나
與 '조국 외압설' 침묵…"유출 감찰하라"
검찰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가 중단되는 과정에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민정수석이 특정 사건에 대해 수사 방향을 언급했다면 그 자체가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원지검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6월 당시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던 이규원 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였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 비서관은 이를 조 수석에게 보고했다.
특히 이 행정관은 보고 과정에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조 수석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윤 검찰국장은 다시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순차적으로 전화를 걸어 '이 검사의 출국에 문제가 없도록 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해왔던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찰의 수사권 독립 취지에서 비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선호한 바 있다. "검찰에 전화할 생각 없다"는 과거 조 전 수석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말과 행동이 전혀 달랐던 셈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대통령 인사권을 매개로 청와대와 민정수석이 검찰의 수사에 개입해왔던 전형적인 방식"이라며 "민주당이 계속 비판해왔고 검찰개혁의 명분으로도 내세웠는데 똑같은 짓을 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개혁 당위성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게 들통나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여당은 부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조 전 수석의 관여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한 채, 공소장 유출자 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수사팀 내부에서 만든 게 유출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공소장 유출 사실을 감찰하라"고 촉구했다. 대검찰청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는 외면한 채 '출국금지가 옳았다'는 식의 주장도 나온다. 정청래 의원은 "어떤 절차 없이 산불을 껐는데 '왜 절차를 안 밟았냐, 산불 끈 것이 잘못'이라고 하면 온당한 것이냐"며 "이 지검장의 경우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았다면 오히려 상을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수진 의원도 "범죄 혐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려는 정황이 의심되는 경우 긴급하게 조치를 취하고 사후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현 정권의 온갖 비리 혐의에 빠짐없이 연루되어 있는 조 전 수석은 이번에도 역시 오리발을 내밀고 있고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 지검장 기소 결정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렇게 부르짖던 검찰개혁의 대상은 바로 현 정권임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공수처)는 윤대진 전 국장과 이현철 안양지청장 등에 관한 기록을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공수처의 수사 결정이 내려질 경우, 조 전 수석 등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데 대해 여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공수처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