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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의 참견] 문대통령 스스로 공정·정의를 저버리고 있다


입력 2021.06.04 06:59 수정 2021.06.04 05:51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공군 성추행' 사건 분노…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엔 침묵

말로만 공정·정의 강조…자기 사람에게는 '선택적' 적용

사표 수리하면서도 입장 無…두 사안 대하는 태도 딴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했다. 공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다. 문 대통령은 3일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엄정 처리를 지시했다.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도 했다.


당초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부사관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굉장히 가슴 아파한다"고만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 김부겸 국무총리의 철저한 진상조사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하루 만에 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 세세하게 엄중한 수사와 조치를 주문했다.


그간 유족들은 군이 사건을 무마하고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집요하게 회유하고,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날 군 경찰이 사건 직후 피해 정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음성을 확보했음에도 조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의 경위만 보더라도 이 주장의 신빙성은 높다.


군의 부실 대응으로, 화살이 문 대통령으로까지 향한 게 문 대통령의 엄정 지시 배경으로 해석된다. '지시는 오늘 했을 뿐,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안이기 때문에 계속 관심을 가져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 보고를 받고 여러 차례 분개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은 또 다른 '국민적 공분 사안'에는 침묵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이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송금했다고 했다. 다만 이 합의금이 블랙박스 영상 삭제 조건으로 건넨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차관의 해명이다.


이 차관의 주장이 어떻든, 검찰이 주요 물증인 해당 영상을 확보하고도 6개월 간 사건 처리를 하지 않으면서 차관직을 수행토록 했다는 것,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법적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임면권자인 문 대통령은 계속 침묵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이날 이 차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거나, 임면권자로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조용한 '사표 수리'로 논란을 덮고 이 차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청와대가 지난해 12월 2일 문 대통령의 이 차관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전한 입장이다. 당시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이 차관 임명 전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애초부터 자격이 부족한 인사의 결말은 정확히 6개월 만에 드러났다.


공군 부사관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과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이를 대하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문 대통령이 말로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지만 막상 자기 사람에 대해서는 이 가치를 적용하지 않는, 즉 '선택적 공정' '선택적 정의'가 적용됐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임기를 11개월 남겨 둔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강조한 공정과 정의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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