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미리 진통제나 챙겨먹어라?…갑자기 생리 터지면 아무 소용 없고 심할 땐 과호흡 현상까지"
학교 측 "학생과 교수 간 소통으로 충분…교수님 재량으로 잘 운영돼 제도화 생각하지 않아"
전문가 "생리공결제, 여성 건강권과 직결…온라인 수업까지 인정은 특혜 등 역차별 논란 있지만 일각의 주장일 뿐"
생리공결제는 한 달에 한 번, 생리로 인한 결석·조퇴를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부에 생리공결제 시행을 권고하면서 초·중·고·대학교에 도입됐다.
그러나 생리공결제가 도입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학교들이 부지기수이고, 설사 제도를 도입했다 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에선 생리공결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면·비대면 수업 모두 생리공결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리통 심한 날, 위경련에 구토할 정도"…"약 먹어도 눈 앞 깜깜하고 손발 안 펴져"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화여대 익명 커뮤니티에 따르면, 재학생 A씨는 "생리통이 너무 심해 수업 발표 중 기절한 적도 있다"며 "여대에서 생리공결제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B씨도 "미리 진통제를 챙겨 먹으라는데, 갑자기 생리가 터지면 약 먹어도 소용이 없다"며 "심할 땐 과호흡 현상이 와서 눈 앞이 깜깜하고 손발을 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교 간호학과를 다니는 강모(20·여)씨도 "고등학교 때부터 생리통이 심한 편인데 단순히 아랫배와 허리만 아픈 게 아니라 위경련까지 와서 구토할 정도"라며 "생리공결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리공결제를 도입하지 않은 대학교 측은 "학생과 교수 간 소통을 통해 충분히 해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수업 교수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재량으로 생리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교수님이 재량으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해 제도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생리공결제를 굳이 명시하지 않았지만, 교수 권한으로 학생이 아프다고 하면 대부분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수업까지 생리공결제 인정하는 것은 '특혜'라는 비판도
학교 측이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더라도 온라인 수업에선 생리공결제를 인정해주지 않아 학생들의 비난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됨에 따라 다수의 학부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 되고 있지만 생리공결제를 인정하는 학교는 극히 드물다. 한양대 재학생 이모(25·여)씨는 "생리통이 너무 심한 날은 계속 누워 있어야 한다"며 "실시간 온라인 강의에서도 생리공결을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도입된 온라인 수업에서까지 생리공결제를 인정하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 재학생 김모(23·여)씨는 "최근 생리 중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을 때 큰 불편을 겪지 못했다"며 "온라인 수업에까지는 생리공결제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강의의 경우에는 학생들 대부분이 집 또는 카페 등 편한 환경에서 듣기 때문에 출석을 못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년제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생 정모(20·남)씨도 "주변에서 생리통을 겪는 사례를 보니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엔 생리공결제가 필요해 보인다"며 "외부에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있고, 통학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정씨는 "온라인 수업은 집에서 들을 수 있고 이동할 일도 없는 만큼 생리공결제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복통 이어 감정적인 장애 동반…심하면 극단적 생각도"
전문가들은 생리공결제는 학생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대학교의 생리공결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리통이 상당히 심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생리공결제 도입은 꼭 필요하다"며 "생리는 복통뿐만 아니라 우울감, 불안감 등 감정적인 장애를 동반할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죽음까지 생각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도 생리통으로 인해 집에서조차 강의를 듣기 어려울 수 있다"며 "오히려 수업을 놓친 학생들에게 강의를 돌려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2017년도 2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도입해온 한국외대의 성평등센터 관계자도 "생리공결제는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당연하고도 중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생리공결제의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남학생들의 일부 주장이 있긴 하지만 어떤 제도든 양면이 있고, 이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있다"며 "일부 의견으로 학생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생리공결제에 제동을 걸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