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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故 이시우 군 친모에게서 온 편지…"계모·친부 형량, 시우 살아갈 인생의 절반도 안 돼"


입력 2024.04.18 18:23 수정 2024.04.18 18:27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친모 "아들 세상 떠난 날부터 매일 진정서…되살릴 수만 있다면 목숨 보다 더한 벌, 고통도 감내할 것"

"친부·계모 측 어디에서도 '미안하다'고 연락온 적 없고…시우 장례식 할 때도 오지 않았다"

"범행 도구 명확하게 나왔는데도 '살인죄' 인정 안 돼…계모 징역 17년·친부 3년"

"더 이상 아동학대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 없어야…제발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빌고 빌어"

18일 이시우 군 친모가 대법원에 제출한 자필 진정서를 데일리안 취재진에게 공개했다.ⓒ박진희 그래픽 디자이너

지난 2월 의붓어머니의 학대로 숨진 이시우(11)군의 친부와 계모가 2심에서 각 징역 3년,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군의 친모가 대법원에 제출한 자필 진정서를 공개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및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시우 군의 친부 A(41)씨와 계모 B(44)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각 징역 3년,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계모가 학대로 인해 시우 군이 숨질 거라고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해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친부에 대해서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형량은 1심과 다르지 않았다.


이같은 결과를 접한 이군의 친모 C(36)씨는 데일리안 취재진에게 대법원에 제출한 자필 진정서를 공개하며 "항소심 결과가 나왔을 때도 친부와 계모 측 어디에서도 '미안하다'며 연락 한 번 오지 않았다. 아들의 장례식 때도 오지 않았다"며 "매일 진정서를 쓰며 시우가 세상을 떠난 날부터 이렇게 지내고 있다. 시간은 흐르는데 마음은 그대로다"라며 울먹였다.


C씨는 자필로 작성한 진정서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제 아들 시우의 봉안당을 다녀오며 믿을 수 없는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는 전 시우에게 너무 미안하고 염치없는 엄마다. 자식이 조금만 아파도 대신 아프고 싶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게 엄마의 심정인데 오랜 기간 학대로 고통받아 숨을 거둔 제 아들 시우의 고통을 제가 어떻게 가늠할 수 있겠는가"라며 "어떻게 하면 저도 제 아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을지 시우를 되살릴 수만 있다면 목숨을 다해서라도 더한 벌도 고통도 대신 하고 싶다. 제 아들 시우를 되돌릴 방법도 가해자들을 벌할 수 있는 힘없는 엄마라 더욱더 미안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C씨는 "너무나 애타게 그리워했던 제 아들 시우 일은 아이가 겪은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처참하게 주검이 되어서야 제 품으로 돌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새 학기도 다니지 못하고 올해 14살이 되어 교복도 입지 못하고 초등학교 생활도 친부와 계모의 감금과 가정 학습으로 학교조차 잘 가지 못해 제 아들의 장례식장에는 친구가 한 명도 오지 않았다"며 "친부·계모 학대의 정도와 교육적 방임, 시우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범행 도구 조차 명확하게 나왔음에도 살인이 아니라면 커터칼, 가위, 커튼 끈 등으로 결박하고 무자비하게 때리고 찔러 숨이 멎는 순간에도 응급조치하거나 119에 신고하지 않고 숨이 멎어가는 아이를 두 눈으로 지켜보며 친부에게 집으로 올 때까지 살리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계모는 홈캠을 철거해 숨겨두며 은닉하려 했다"고 했다.


의붓어머니 학대로 숨진 이시우 군 ⓒSBS 그것이 알고싶다

동시에 C씨는 "아이가 쓰러지는 순간에 최소한의 구조조치라도 했다면 제 아들 시우는 살릴 수 있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들의 학대를 인지하고 방치한 친부, 학대를 공모하고 오랜 기간 함께 범행해온 공범이며 죽음의 순간 한 집에 없었다 할지라도 계모와 친부에게 아이가 느꼈을 감정들, 신체적·정신적 학대 가정 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으로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제 아들 시우를 죽인 계모 치사죄 17년, 공범 친부 3년은 아이가 살아갈 인생의 절반도 안되는 시간"이라며 "더 이상 아동학대 사건의 솜방망이 처벌은 없어야만 한다. 제발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빌어본다"고 글을 맺었다.


B씨는 아이를 유산한 뒤 이시우 군을 분노 표출 대상으로 삼아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온몸을 때리는 등 심하게 학대했다. 이시우 군은 거듭된 학대로 1년 만에 8kg 넘게 빠졌고 사망 당시 체중은 29kg에 불과했다. 사망 이틀 전엔 10시간 넘게 아이 눈을 가린 채 의자에 묶어 놓은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 역시 이시우 군이 가정 불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미움과 원망을 키워가게 됐다. A씨는 B씨와 공모해 매일 아침 7시 40분 경부터 8시 경까지 이시우 군에게 필사를 완료하도록 했고, 이시우 군이 이를 완료하지 못하면 방에서 못 나오게 하거나 벌을 주고 때렸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이시우 군이 B씨의 말을 듣지 않을 때면 "너는 한 번만 더 이렇게 행동하면 종아리 피 터지도록 할 거야. 안방에 있는 두꺼운 걸로 두드려 팰 거야"라며 정서적 학대를 일삼았다.


A씨는 특히, B씨가 이시우 군을 향해 "병X이야?" "너는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다"라며 막말을 하고, 이시우 군을 의자에 결박시킨 뒤 홈캠을 통해 살펴볼 때도 B씨를 제지하거나 이시우 군의 상태를 살펴보지 않는 등 자녀에 대한 기본적 보호, 양육,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시우군이 사망하기 전날,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먹는 모습이 찍힌 CCTV ⓒJTBC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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