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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가 소설에?…반복되는 ‘사생활 침해’ 논란, 방법 없나 [D:이슈]


입력 2024.07.01 07:06 수정 2024.07.01 07:0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유튜버 김현지 씨 정지돈 작가 소설에 문제 제기

"둘 사이 나눈 대화 인용"

소설에는 작가의 생각이나 경험이 녹아들곤 한다. 자전적 소설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의 일부가 반영이 되곤 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지지만, 때로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경험까지 포함이 돼 반발을 사기도 한다.


최근 소설가 정지돈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 ‘브레이브 뉴 휴먼’이 문제가 됐다. 유튜버 김현지 씨가 지난 2019년 자신과 헤어진 직후 발간된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등장인물 에이치(H)의 행적에 자신의 과거 거주지와 스토킹 피해, 정지돈과 가까워진 과정, 둘 사이에 나눈 대화 등이 인용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지난 4월 발간된 ‘브레이브 뉴 휴먼’에 대해서도 등장인물 권정현지가 자신과 이름이 같고, 또 가정사도 닮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제 부족함 때문에 김현지 씨의 고통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출판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에는 작가 김봉곤이 ‘여름 스피드’에서 SNS로 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인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소설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김 작가는 당시 해당 작품으로 받은 문학상까지 반납했다. 이후 2021년에는 김세희 작가의‘항구의 사랑’과 ‘대답을 듣고 싶어’에 자신과의 사적 대화 및 에피소드가 담겼다고 주장하는 지인이 등장해 판매가 중단됐었다.


가정사와 범죄 피해 등 내밀한 부분까지 모두 담겼다고 주장한 정 작가의 전 연인부터 ‘소설 속 내용으로 인해 아웃팅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봉곤 작가와 김세희 작가의 지인들까지. 사생활 무단 인용이 피해자에게 큰 피해를 초래하고, 아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앞선 사례들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김세희 작가는 이후 2022년 소설 ‘프리랜서의 자부심’을 출간했으며, 김봉곤 작가도 지난해 신작 단편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창작 윤리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개선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세희 작가가 논란 당시 “소설 속 인물과 에피소드는 작가가 삶에서 겪은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을 모티프로 삼고, 여러 문헌과 창작물을 참고하면서 상상을 덧붙여 만들어낸 허구”라며 “수많은 외양과 성격의 특성, 일화와 대사 중 한두 개를 발췌하고, 더구나 특별한 개성이 아닌 보편적인 정형성을 드러내는 요소를 골라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해당 의혹을 부인했었다.


‘작가가 삶에서 겪은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을 모티프로 삼고, 여러 문헌과 창작물을 참고하면서 상상을 덧붙여 만들어낸 허구’라고 설명을 한 것처럼, 소설의 특성상 실제 경험과 허구 사이 ‘무단 인용’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사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무분별하게 이어지는 비난이 자칫 창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인권의식은 높아지고, 악의적인 의도 없이도 심각한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창작자들의 더욱 섬세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아가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반복’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 작가의 작품에 문제를 제기한 김현지 씨는 “정 작가도 저도 공론장에 서있고, 각자의 입장을 밝히며 창작 윤리와 사생활 도용의 충돌, 차용 인물에 관한 재현 윤리, 아카이브 작업의 링크 실패 등에 관한 땔감이 될 각오를 마쳤다”라며 더 활발한 논의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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