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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의대반, 결국 법으로 규제해야 하나 [데일리안이 간다 68]


입력 2024.08.01 05:11 수정 2024.08.01 05:11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의대 입학 정원 확대되면서 과도한 의대 열풍…학원가에 초등 의대반 우후죽순 생겨

교육부 단속 나섰지만 단순 계도에 그쳐…공교육정상화법에 처벌 근거 없어

교육부 "법적 근거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안 없는 상황"

교육전문가 "계도 수준에선 사교육 바로잡기 역부족…초등의대반방지법 촉구"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 빌딩 안에 의대 합격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게시돼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이 확대되면서 사교육 시장에는 '초등 의대반'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초등 의대반을 중심으로 과도한 선행학습이 진행되는 등 의대 입시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교육 당국은 특별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점검에서 적발된 학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실효성은 반감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가칭, 초등의대반방지법 신설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데일리안은 유명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를 찾았다. 지하철역 출구를 나서자마자 보이는 빌딩 벽면에는 수많은 학원의 간판이 붙어 있었다. 학원이 밀집해 있는 빌딩 내부에는 '의·치·약·수(의대·치대·약대·수의대) 합격보장반'이라고 적힌 광고 문구를 손쉽게 볼 수 있었다. 또 학원은 학생들의 수준을 상·중·하, 최상으로 나누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수준의 수업을 진행하는 등 과도한 선행학습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대치동에 위치한 한 학원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고 하지만 주변 학원 중에서 의대 입시반을 운영하는 학원은 여전히 많다. 그중에는 당연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입시반도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우리 학원 최상위반 학생의 학부모들도 결국 자녀들의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의대 입시반을 운영한다고 광고하지 않더라도 유명 학원들에는 학부모들이 먼저 의대 입시반에 대해 물어본다. 이미 대치동 학원가 학부모 대부분은 자녀의 의대 진학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며 "의대 입시반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도 레벨 테스트를 보고 학원에 공석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치동에 있는 한 학원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고등수학 선행학습 내역을 건물 복도 한 가운데 걸어놨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대치동에 있는 학원에 다닌다는 초등 6학년 정모(12)군은 "6개월 정도 전부터 이곳에서 학원을 다녔다.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편"이라며 "친구들 중 의대에 가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다. 나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골라야 한다면 의대를 1번으로 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의대반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아들도 대치동에서 학원에 다닌다"며 "지난해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의대 열풍이 불고 있다. 한 지인은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시점부터 의대 입시를 준비해 주는 학원에 보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물론 초등 의대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 학부모는 "정부에서 사교육 카르텔을 없애고 사교육비를 줄인다고 해놓고 의대 증원을 발표해 버리니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올라버렸다"며 "아이들의 꿈이 아닌 부모들의 꿈을 위해 자녀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의대 입시를 위한 사교육 열풍이 번지자 선행학습을 유발하거나 거짓·과장광고로 의심되는 학원 광고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섰다. 이날 점검으로 130건의 학원 광고가 적발됐다. 하지만 학원가의 초등 의대반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선행학습을 유발하거나 거짓·과장광고 등으로 단속에서 적발될 경우 교육청에 통보해 광고를 삭제하도록 행정 지도하고, 학원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 지도 점검을 하는 것이 전부다. 공교육정상화법을 보면 학원 등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나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에 대한 행정 처분 등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따로 없다.


초등 의대 입시 준비반이 있는 대치동 학원가. 사진은 지난해 10월에 촬영됐으며, 사진 속 '초등의대관' 간판은 현재 다른 간판으로 교체됐다.ⓒ연합뉴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지난 21대 국회 때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지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공교육정상화법 안에 학원이 선행학습 광고 등을 할 경우 행정 처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초등 의대반 단속은 과도한 선행 학습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자 하는 교육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적발에 대한 조치는 계도 수준에 불과해 만연한 사교육 실태를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사교육 현장이 학교 교육과정을 형해화하고 아이들의 성장·발달 연령과 속도에 적합한 교육을 방해하는 형국인데 이를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또한 "과도한 선행학습을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초등의대반방지법'과 같은 법 제정을 통한 규제가 시급하다"며 "법 제정 이후에는 신고포상금제 형식 등을 통해 누구든 손쉽게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단속을 통해 벌점을 부과하고 누적 시 강력한 행정 처분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치동에 위치한 한 입시학원 앞.ⓒ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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