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오정민, 이창동 봉준호 이을 천재 감독"…'장손', 한국 현대사까지 담은 가족 드라마 [D:현장]


입력 2024.08.29 14:39 수정 2024.08.29 14:3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오승민 감독이 '장손'을 통해 가족의 초상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까지 담아냈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는 오정민 감독, 배우 강승호, 우상전, 오만석, 안민영, 차미경, 김시은, 정재은, 서현철, 강태우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 '장손'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오정민 감독은 "스무살 때 친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몰랐던 가족의 갈등이 시작됐다. 저는 이 갈등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비밀 없는 집이 없었다"라며 "저의 집안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기 보다는 이 가족 안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담아 보편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라고 '장손'을 연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연출자로서 끊임없이 100억 짜리 상업 영화가 아닌, 우리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고민한다. 이 영화 속 가족 안에는 성별, 세대, 계급 등 다양한 사람이 나온다. 각자마다 캐릭터에 이입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영화다"라며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추석맞이 오락영화"라고 소개했다.


성진의 할아버지 김승필 역의 우상전은 "우리 영화를 보니 가슴이 저려왔다. 우리의 정서와 슬픔, 안타까움 이런 것들이 밀려왔다. 소리 내서 울까 봐 참느라 애썼다. 이렇게나 슬픈 이야기인지 몰랐다"라며 "오정민 감독과 촬영할 땐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천재 같다란 느낌을 받았다"라고 울먹이며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영화의 엔딩은 한 겨울, 손자에게 비밀을 밝히고 난 후 유유히 걸어가는 김승필의 모습으로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약 7분이 이어진다. 이에 오 감독은 "마지막 장면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변하지 않았던 장면이다. 약 7분 동안 관객들이 영화를 복기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우상전은 마지막 신의 비하인드에 대해 "찍을 때 엄청 걸었다. 내가 빈 화면으로 걸어들어갈 것이 예상이 됐고 강렬하게 느낌이 왔다. 오 감독이 특징이 빈 공간을 잘 활용하는 힘이 있다. 컷트 소리도 듣지 못하고 나 혼자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걸었다. 나중에 '그만 가셔야 한다'라고 전달이 오더라"라고 말했다.


강승호는 극중 3대째 이어온 가업인 두부공장을 물려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성진 역을 맡았다. 강승호는 할아버지로부터 비밀을 알게 된 후 성진의 심경에 대해 "당시 연기할 때 정답을 두지 않았다. 지금도 영화를 볼 때마다 '어떤 심정일 것이다'라고 다르게 다가온다. 성진은 윗세대의 아픔을 겪진 못했지만 가족이라는 깊은 뿌리와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이다. 아마 성진은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외면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생각해 봤다"라고 전했다.


오만석은 성진의 아버지이자 승필의 아들 태근을 연기했다. 태근은 승필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처로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자신의 바람과 다르게 살아가는 것 같은 아들 성진을 못마땅히 여긴다. 오만석은 "태근의 삶이 참 아팠다. 태근이 성실한 자식으로 자라 법대까지 진학했을 때까지 어느 정도 승필의 기대를 만족시켰을 것이다. 이후에는 기대에 부흥하지 못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라며 "영화를 볼 때마다 다르게 느끼는데 오늘은 가족을 서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고 있구나란 느낌이 강하게 왔다"라고 말했다.


성진의 누나 미화 역의 김시은은 "현장에서 대선배님들과 함께 해서 기뻤다. 연기적인 걸 떠나 선배님들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사소한 것까지 챙기시는 선배님들을 보며 작품을 애정 하는 방법을 배웠다"라고 강조했다.


배우 서현철과 정재은 부부는 극 중에서도 실제 부부로 등장한다. 정재은은 승필의 막내딸 옥자, 서현철은 그의 남편을 연기했다. 서현철은 "우리가 함께해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대본을 보고 해도 될 것 같았다. 큰 역할이었으면 고민했을 텐데 이 작품은 풍경처럼 느껴졌다. 인생이 괴롭고 가끔 행복한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또 온다. 우리도 그 풍경에 일조하자는 마음이었다"라고 함께 출연한 이유를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감독은 "저예산 영화에서 세 계절을 담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는 신인 감독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계절을 담는 게 어려운 프로덕션이라는 걸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는 계절을 나눈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효율적인 프로덕션이었지만 이해해 준 제작진과 배우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안민영은 "오승민 감독은 이창동, 봉준호에 이어 대구가 배출한 천재 감독이다. 앞으로 한국을 대표해 세계적인 감독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손'에 많은 관심 가져달라"라고 강조했다. 9월 11일 개봉.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