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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동분서주'에도 협의체 출범 끝내 불발…대체 왜


입력 2024.09.14 01:00 수정 2024.09.14 05:38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내가 의료계 주요 단체와 직접 소통

의제 제한 없다…내 말 들으시면 된다"

'개문발차'라도 하려 총력 다했지만

'여' 외에 '야의정' 미온적, 노력 물거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 명절 전 국민들을 안심하게 해드려야 한다며 동분서주했지만, 끝내 여야의정 협의체의 '개문발차'가 무산됐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나머지 3주체인 야당과 의료계 단체, 정부가 힘을 실어주지 않은 까닭인데, 야당과 의료계 단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힘을 싣지 않은 것을 두고서는 여권 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시작을 하루 앞둔 13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일부 단체만이라도 참여한 가운데 일단 출범시키는 '개문발차'라도 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주요 단체들이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대한의사협회 등 8개 의료단체는 13일 오후 긴급연석회의를 가진 직후 "정부가 불통을 멈추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 시점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어떻게든 여야의정 협의체를 일부 의료계 단체라도 참여시켜 '개문발차' 식으로 출범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총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관악구 상록지역아동복지종합타운에서 결식아동 도시락 관련 봉사활동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의료계 주요 단체 분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계속 설득할 것이고 좋은 결정을 해서 이 상황을 해결하는 출발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 "정부도 의제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가 제안하는 것이니까 내 말을 들으시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한 대표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가 완강해 의료계 단체에 불신을 심어주면서 추석 전 협의체 출범이 끝내 불발됐다는 관측이다.


의협은 애초부터 "정부와 여당의 의견이 통일돼야 의료계가 협의체에 들어갈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 대표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엇박자가 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끝내 협의체 참여라는 결단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와 물밑접촉을 하며 협의체 참여가 열려 있는 듯한 입장을 보였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일부 의료계 단체도 정부의 입장에 선회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자, 협의체 불참으로 돌아섰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의료계 단체의 협의체 불참 선언 직후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한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여야의정 협의체에는 어떠한 의제의 제한도 없는 게 확실한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수석대변인이고 당대표의 얘기는 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의료계 단체가 문제삼는 전공의 대표의 잇단 소환조사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강하게 얘기를 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협의체 출범은) 추석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추석 전 협의체 출범은 물건너갔다는 사실은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당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주기를 요청하는 노력은 계속하겠다"면서도, 의료계 단체에서 요구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의제화 △정부의 사과 △보건복지부 차관 문책 경질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를 자꾸 하기보다는, 함께 (협의체에) 모여서 좋은 방안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온도차를 보였다.


한동훈 대표의 '동분서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정 협의체의 추석 전 출범이 물거품이 된 것을 향해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정부가 당대표의 노력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적극적인 호응은 애초부터 기대도 안했지만,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이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이미 안되는 문제가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 '안된다'라고 셔터를 내리면 어떻게 테이블이 시작되느냐"라며 "일단 불러들여 앉혀놓고 의제로 삼아 '안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할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야당은 애초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딱 선을 긋고있다보니 의료인들도 들어가봤자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해 움직이지를 않고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는 위기에 빠진 의료 상황을 해결해보자고 한동훈 대표가 나선 것인데, 만약에 이게 성사가 돼서 누가 해결했다고 그 사람 공이 된다고 생각해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인 것이라면 참 아쉬운 일"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지만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의 추석 연휴 전 본회의 상정을 보류시키면서까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응원했던 우원식 국회의장도 정부의 태도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우원식 의장은 협의체 출범이 불발된 직후 페이스북에 "의료계가 '정부의 태도가 변함이 없다'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며 "국회의장이 야당의 양보까지 얻어 시간을 주었는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이 있는 것이냐. 열쇠는 정부 손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사태 해결의 의지를 밝히고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화의 전제조건을 두고 씨름할 시간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즉각 해법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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