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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재건축되고, ‘마지막 축제’는 다시 열리고…시대 아우르는 음악들 [D:가요 뷰]


입력 2024.12.04 07:26 수정 2024.12.04 07:2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임영웅의 ‘사랑은 늘 도망가’가 메가히트를 했다. 사실 원곡자는 저다. 임영웅 덕분에 음원이 역주행해서 (원곡) 가창자로서 좋다.”


가수 이문세는 지난달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후배 가수인 임영웅이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해 불러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임영웅이 리메이크해 부른 이 곡은 2021년 방송된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OST로 삽입돼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했다.


ⓒtvN

가요계에는 꾸준히 과거의 곡을 다시 현재의 감성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로제의 ‘아파트’(APT.) 인기를 타고 재조명된 가수 윤수일의 히트곡 ‘아파트’를 장범준이 지난달 13일 리메이크해 발표했다. 이 곡이 처음 발매된지 무려 42년 만이다.


사실 로제의 ‘아파트’와 동명이곡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두 곡은 완전히 다른 노래지만 로제의 ‘아파트’가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로제의 ‘아파트’는 신축 아파트로, 윤수일의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로 통했다. 그리고 장범준이 다시 부르는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아파트’라는 공통된 주제 안에서 시대의 분위기를 읽는 대중가요라는 교집합을 갖게 된다.


아이돌 그룹 투어스는 지난달 25일 서태지와 아이들이 31년 전인 1993년 발매한 ‘마지막 축제’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타이틀곡을 내세운 첫 번째 싱글 ‘라스트 벨’(Last Bell)을 발매했다. 졸업을 앞두고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뜬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이 곡을 통해 서태지와 아이들과는 또 다른, 투어스만의 ‘마지막 축제’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한때 신인 아이돌 사이에서 이미 과거에 큰 인기를 끌었던 유명 아이돌 그룹 등 한국의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등의 열풍이 불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신인 그룹, 특히 중소기획사 아이돌의 경우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익숙한 곡을 부름으로써 신곡을 불렀을 때보다 주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요계의 부문별한 리메이크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뉴트로’ ‘복고’ 열풍이 이어지면서 과거의 곡을 리메이크해 발매하는 형식이 과도하게 활용되면서 지적된 문제다.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기보다 안정적이면서도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을 택하면서 장기적으로 가요계 창작 침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관계자는 “뭐든지 과하면 독이 되기 마련이다. 리메이크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좋은 음악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단순히 ‘다시 부른다’는 것은 가요계의 다양성에 있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을 ‘어떻게 다시 알리느냐’ 즉, 원곡과 차별화된 변주를 통해 과거의 세대를 넘어 더 넓은 세대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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