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69)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임기 연장에 실패했다.
IOC 집행위원회는 5일 제144차 IOC 총회(2025년 3월)에 제출할 재선거 위원 10명과 임기 연장 위원 1명의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내년 12월 정년(70세)을 채우는 이 회장은 임기 연장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에 선출된 이 회장이 IOC 위원으로 계속 활동하려면 대한체육회장 직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이번 임기 연장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내년 1월 14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정년 이후에는 더 이상 IOC 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이 회장과 나란히 내년 70세가 되는 스피로스 카프랄로스 위원(그리스)은 임기 연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개인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된 카프랄로스 위원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년 더 IOC 위원직을 유지한다.
IOC 위원 지위를 지켜야 한다는 것도 출마의 명분 중 하나였는데 임기 연장에 실패, 이 회장의 3선 도전 명분도 힘을 잃게 됐다. 이 회장은 직원 부정 채용과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각종 의혹과 논란 속에도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했고, 3연임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 회장의 명분만 힘을 잃는 게 아니다. 한국 스포츠 외교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위기다. 이번 IOC 집행위 발표에 따라 2026년 1월 이후 한국인 IOC 위원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자격의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1명만 남게 됐다.
IOC 위원을 3명 이상 보유한 나라는 프랑스(4명)를 비롯해 중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등 5개국이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IOC 위원이 3명이었던 한국은 유승민 선수위원의 임기 만료와 이기흥 회장의 임기 연장 실패로 1년 여 뒤에는 1명만 남게 되어 스포츠 외교력 또한 꺾일 수밖에 없다.
김재열 회장의 IOC 위원 자리도 ISU 수장으로 연임이 되어야 가능하다. 2022년 6월 비유럽인 최초로 4년 임기의 ISU 회장으로 당선된 김 회장은 2026년이면 첫 임기가 만료된다.
IOC 위원은 어느 나라에서든 국빈급 대우를 받으며, 국제 스포츠 외교에서 막강한 힘을 쥔다. 대표적으로 IOC 위원은 차기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다. IOC가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할 때 위원들의 의견과 투표로 이루어진다. 결국 IOC 위원이 많을수록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갑자기 줄어들면서 스포츠 외교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