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로 尹 탄핵 막은 듯
한동훈 "대통령, 사실상 직무배제…총리가 국정운영"
한덕수·한동훈, 내일 2차 회동…'책임총리제' 나오나
윤석열 대통령은 간신히 탄핵은 피하게 됐지만,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비상계엄 사태부터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정치적으로는 사망선고를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국정 운영은 한덕수 국무총리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시작과 함께 퇴장해 가결정족수(200명) 미달 전략으로 탄핵안을 막았다.
국민의힘이 당론을 '부결'로 정하면서 탄핵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을 보호한 것은, 2016년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정당은 '분당'의 아픔을 겪었고, 2022년 윤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전까지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 게다가 탄핵으로 들어선 문재인정권은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나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던 취임사가 무색하게 적폐청산의 광풍을 불러일으켜 보수 진영에 혹독한 궤멸 위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 안철수·김예지 의원에 이어 세 번째로 표결에 참여하며 주목을 받은 초선 김상욱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례에서 보듯이 대한민국 체제 탄핵과 붕괴로 이어진다"며 "대한민국 체제 또 후손,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날 오전 대국민담화에서 "나의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역할은 모두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퇴진 시까지 사실상 직무배제를 할 것이고, 국무총리가 당과 합의해 국정운영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정운영은 한 총리를 중심으로 총리와 여당과의 깊은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한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 대국민담화 직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1차 긴급회동을 하고 향후 정국 운영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8일 2차 회동을 갖을 계획이다. 이 자리에선 책임총리제 도입과 윤 대통령 임기단축 내용 등이 담긴 담화문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책임총리제는 국무총리에게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 등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내치를 맡으면서, 인사·외교 등에서도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나온다.
현재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번갈아 주재하는 국무회의도 한 총리 혼자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가원수로서 정상외교를 위해 예정됐던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역시 모두 무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불성립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현 상황이 조속히 수습돼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로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