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측 석동현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25일 공수처 소환조사 불응 예고
법조계 "심판에 집중한다는 尹, 탄핵심판 기각시켜 내란죄 수사에 영향 끼치려는 것"
"수사기간보다 탄핵심판 심리기간 훨씬 짧아…헌재 판단 먼저 받아야 유리하다 본 것"
"尹, 27일 헌재 준비기일 불출석 가능성 높아…변호인단 구성 이후 직접 출석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 측이 오는 25일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함께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돼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법조계에선 탄핵심판 기각을 우선 이끌어낸 뒤 이를 통해 내란죄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탄핵심판 심리 기간이 수사기관의 수사 기간과 비교했을 때 시간이 덜 소요된다는 점에서 헌재 판단을 먼저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2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 기일을 연다. 변론준비 기일은 변론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탄핵심판 피청구인에게 출석 의무는 없다. 통상적으로는 대리인단만 참석해 양측의 개략적인 입장을 밝히고 재판 계획을 논의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25일) 출석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다"며 "대통령은 좀 여건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전날에도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돼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심판 절차가 먼저 이뤄지고 대통령 신분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됐었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오전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는 소환 통보에 대해 사실상 불응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석 변호사는 "국회에서 탄핵이 소추된 지 아직 10일도 되지 않았다"면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탄핵재판에서 탄핵이 온당한지 여부 등을 다뤄야 한다. 윤 대통령도 '어떻게 열흘 만에 재판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으라고 하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당히 탄핵심판 절차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27일 변론준비 기일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읽힌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수사보다 탄핵심판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에 비추어 탄핵심판에서 기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통해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기간과 수사 기간을 비교했을 때 탄핵심리가 훨씬 시간이 덜 소요된다는 점에 비추어 헌재 판단을 먼저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 예정된 변론준비 기일에는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단이 구성되고 난 이후 탄핵심판 기일에는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변호인단이 구성되지 않아서 준비기일 조차 임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 같다"며 "직접 변론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적이 있는 만큼 출석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헌법에서 대통령은 내란 및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혐의가 불성립한다고 자신하고 있는 만큼 당장 수사를 받을 이유도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그러나 수사기관의 임의 소환을 계속해서 불응한다면 결국 강제수사의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기에 아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혐의 불성립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탄핵심판 대리인단 구성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지금처럼 시간 끌기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계속된 지연 전략은 결국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