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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쓰비·빠더너스… 예능 문법 파괴하는 ‘무해한’ 청년들 [無자극이 뜬다②]


입력 2025.01.05 11:37 수정 2025.01.05 11:3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너와의 모든 지금’ 힐링·응원곡으로 인기

빠더너스의 조곤조곤 대화에 빠져드는 시청자들

‘도파민 폭발’을 강조하며 자극적인 전개를 선보이는 콘텐츠들 사이, ‘순한맛’이 되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짧고, 빠르게’가 ‘대세’였던 유튜브 시장에서도 ‘무해함’을 앞세운 유튜버들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연반인’ 재재와 댄서 가비, 그리고 인플루언서 승헌쓰가 뭉쳐 선보인 신곡 ‘너와의 모든 지금’은 기성 가수들의 음원처럼 뛰어난 가창력도, 화려한 군무 없이 ‘메시지’만으로 음원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재쓰비

재쓰비는 재재가 진행을 맡은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케이팝(K-POP)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재재, 승헌쓰와 댄서 가비가 뭉쳐 가수에 도전하는 과정을 지난 몇 개월에 걸쳐 보여줬었다.


발매 첫 주엔 멜론 주간 차트 기준 톱 100에 들지 못했지만, ‘너와의 모든 지금’만의 따뜻한 감성에 위로받았다는 반응과 함께 차주 66위로 진입했다. 특히 지나 온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메시지, 상처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의 단단해진 내가 만족스럽다는 가사 등이 감동 포인트가 됐고, ‘문명특급’에 게재된 뮤직비디오 영상에는 “이런 응원이 필요했다”, “면접 보고 가는 길 들으며 울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재쓰비로 데뷔한 과정도 ‘무해’했다. 배우 또는 예능인 등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연예인들이 프로젝트성으로 음원을 내고, 또 활동하는 소재는 여느 예능에서도 많이 다뤘지만, 재쓰비는 탄생부터 곡 완성에 이르기까지. 여느 예능과는 다른 문법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지드래곤, 아이유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몰이를 한 ‘무한도전’, 멤버를 발탁할 때 탈락과 합격자를 나눠 긴장감을 조성한 ‘놀면 뭐하니’ 등의 프로그램과 달리, 케이팝에 진심인 이들이 모여 꿈꾸던 것을 이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감동을 유발했고, 자신의 진솔한 과거 이야기로 곡을 완성해 여운을 남긴 것이 ‘너와의 모든 지금’의 정주행 바탕이 된 것이다.


수다를 넘어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로 마니아를 겨냥한 빠더너스도 소소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튜버 빠더너스의 문상훈은 스타를 초대해 식탁 앞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는데 낮은 데시벨로 거창하지 않은 주제를 시종일관 잔잔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받고 있다.


음식이 도착하면 먹기 시작하면 대화가 끝이 나는 독특한 콘셉트로, 그래서 요란스럽게 맛을 평가하는 여느 먹방의 리액션은 볼 수 없다. 대신 내향적이지만 성찰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MBTI ‘INFP’ 감성을 앞세워 진지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화로 댓글창은 늘 뜨겁다. ‘이들의 대화에 힐링이 된다’는 댓글부터 게스트의 내면을 들여다본 것 같아 만족한다는 반응 등 댓글까지도 진중한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약 40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가치관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하는 매니지먼트 엠엠엠의 대담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마음이 맞는 두 친구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김은하와 허휘수’가 17만 구독자를 돌파하는 등 소소하지만 무해한 청년들이 유튜브 플랫폼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한 예능 관계자는 이 같은 경향에 대해 “유튜브 콘텐츠는 여전히 10분 또는 20분 내외가 ‘적당하다’고 여겨지지만, 요즘엔 워낙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들이 등장하다 보니 소소하지만,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특히 이 같은 콘텐츠들은 오히려 러닝타임을 늘려 깊이감을 강조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더 깊은 만족감을 주고 있으며, “콘텐츠가 곧 차별점이 되기 때문에 ‘무리한’ 전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력한 제재가 힘든 유튜브 플랫폼이 유해한 콘텐츠의 장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양성의 장’을 열며 ‘온라인 친구’가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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