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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호황에 선박엔진 질주…中 견제에 친환경 수요까지


입력 2025.04.24 11:16 수정 2025.04.25 00:57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한화엔진 1Q 수주 371%↑...HD현대마린엔진 매출 900억 육박

해운탄소세에 DF엔진 수요 급증...미 中조선사 규제에 반사이익

선제적 HSD·STX 인수로 경쟁력 강화...글로벌시장 점유율 재편

HD현대마린솔루션과 선박 엔진 개조 계약을 체결한 그리스 넵튠사의 선박.ⓒHD현대마린솔루션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과 미·중 갈등, 환경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국내 선박엔진 산업이 중장기 성장 궤도에 올랐다. 한화엔진과 HD현대 계열사는 해운 탄소중립 전환과 미국의 중국 선박 규제 흐름을 타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중연료(DF) 엔진 기술력을 앞세운 국내 주요 선박엔진사들이 올해 들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화엔진은 올해 1분기 매출 3182억원, 영업이익 22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5%, 14.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는 1조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6% 급증했다. 수주잔고는 4조1138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21.6% 늘었고, 이 중 DF 엔진이 약 89%에 달한다.


이날 실적 발표를 앞둔 HD현대마린엔진도 올해 실적 성장세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마린엔진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899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5%, 68.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수주액은 1702억원, 올해 누적 수주는 2863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매출(3185억원)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의 배경에는 탄소 규제 강화가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 허용 기준 초과분에 대해 톤당 최대 38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선주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암모니아 등 저탄소 연료 기반의 DF 엔진을 장착한 신규 선박 발주를 서두르고 있다. 기존 30년 주기의 노후 선박 교체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규제도 국내 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선박과 선주에 미국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글로벌 해운사들의 발주처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국내 엔진업계에도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옛 STX중공업(현 HD현대마린엔진)이 생산한 선박엔진(98MC-C).ⓒSTX중공업(현 HD현대마린엔진)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35%의 점유율로 1위, 한화엔진이 13%로 2위, HD현대의 선박엔진 계열사인 HD현대마린엔진이 2% 수준을 점하고 있다. 앞서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 업체까지 인수·합병(M&A)하면서 사업 역량을 확장해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HSD엔진을 인수한 뒤 ‘한화엔진’을 출범시키며 대형 저속엔진 시장에서 세계 2위의 입지를 확보했고 802억원을 투자해 창원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장 중이다. HD현대 역시 작년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 인수 이후 디젤엔진과 LNG·LPG 엔진을 생산 확대에 주력하며 선박용 저속엔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선 조선업 호황과 글로벌 친환경 전환, 미·중 갈등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국내 선박엔진 산업이 중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중국의 DF 컨테이너선 수주 확대로 엔진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국산 엔진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한화엔진의 경우, 올해와 내년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가 전략적으로 중국에 배정하는 물량을 제한하면서 신규 수주하는 엔진의 이익률은 기존보다 높은 10~15%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발 수요 확대와 공급 제한에 따라 향후 이익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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