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뚜렷...완화통화정책 정상화”
‘백신 보급’ 관건...전문가 “연내 이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불확실성으로 시장에서는 아직 온도차가 느껴진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읽었다면서도, 올해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 “올려야 한다” 한은의 뚜렷한 의지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일 71주년 창립기념식 기념사에서 “하반기 우리 경제는 회복세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 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수차례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하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특히 가계부채 급증, 인플레이션 우려, 금융불균형, 자산불평등 심화 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지난해 기념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과거 절제하며 통화정책 방향을 공유했던 한은의 기존 분위기와 다른 매우 ‘뚜렷한 어조’이다. 가계부채 부작용과 자산가격 쏠림 등을 우려하는 방식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가 지난달 27일에 이어 이번에도 통화 정상화 의지가 확고한 만큼, 조만간 금리인상을 위한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은은 2017년과 2018년 금리인상을 5개월 앞둔 기념사에서 선제적 통화정책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한은의 매파적 성향이 짙어진 만큼 기준금리를 2번 이상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박종석 부총재보의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긴축은 아니다” 발언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하반기 예정된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는 ▲7월 15일 ▲8월 26일 ▲10월 12일 ▲11월 25일 등 4차례만 남아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상을 시행할 시기가 단 4번 남았다는 의미다.
◆ “백신 보급 더뎌...민간 소비•고용 부진”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졌으나 관건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상황 전개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호조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지만, 아직 민간 소비와 고용시장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국내 백신 보급률도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중이다. 되려 조기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지개를 켠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의 평소 문법과 다르게 뚜렷이 ‘정상화’를 강조함으로써 하반기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였다”면서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내년 대통령 선거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 만료 등의 이벤트가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따라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연준은 예상보다 빨리 물가상승이 이뤄지는데도 정상화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데, 한은으로써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경제성장률 4% 달성 가능성, 자산가격 버블, 인플레 우려, 미국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등 긴축 정책 배경은 충분하다”며 “하반기에 코로나19가 급격히 안정된다면 연말 정도 금리를 인상할 여건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금리인상은 내년으로 미뤄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더욱 보수적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접종도 선진국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고, 아직 글로벌 경기자체가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의 조기 통화 긴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야기했다”면서도 “경기 및 고용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급격히 긴축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