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천직…작품이 먼저 빛나야 해"
배우 강홍석의 목표는 확실했다. ‘주어진 대본을 잘 소화’하는 것. 맡은 역할을 적절히 파악하고, 이를 제대로 소화하는 일은 그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홍석은 ‘대박부동산’을 완벽하게 완주하며 그 목표를 이뤄냈다.
흉가가 된 부동산에서 원귀, 지박령을 퇴치하고 기구한 사연들을 풀어주는 퇴마 드라마 ‘대박부동산’에서 강홍석은 퇴마 전문 허 실장을 연기했다. 중학교 중퇴에 전과자인 자신을 유일하게 사람대접해 준 인범(정용화 분)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사기꾼이지만 순박한 매력이 포인트인 인물. 강홍석은 먼저 해커 허 실장의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신경썼다.
“일단 컴퓨터랑 굉장히 친해져야 했다.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그동안 작품에서 많은 해커 캐릭터들이 있었더라. 유튜브를 통해 많이 공부했다. 패션이나 말투, 그 친구들이 쓰는 단어를 많이 공부해 접목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허 실장은 20대였기 때문에 어려지려고도 노력했다”
리허설 단계에서부터 각종 아이디어를 내며 캐릭터의 유쾌한 매력을 살리기도 했다. 심각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도, 허 실장 특유의 에너지가 극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이러한 과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리허설을 할 때 그냥 막 던졌다. 특히 정용화와 단 둘이 붙는 장면은 ‘스태프를 웃겨라’가 목표가 될 정도였다.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먼저 즐거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해봤다. 어떤 부분은 오버가 돼서 편집이 되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은 재밌어서 그대로 담기기도 했다”
특히 정용화는 ‘평생 친구’라고 표현을 할 만큼 호흡이 잘 맞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물론, 사적인 만남도 이어갈 만큼 친밀해졌고, 이에 두 사람의 케미가 드라마 내에도 고스란히 묻어날 수 있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면 정용화도 따라 흥얼거리고, 분위기를 띄우려고 성대모사도 하곤 했다. 내가 씨엔블루인 줄 알 정도다. 그 정도로 가까워서 기분이 좋았다. 정말 형제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몇 달 밖에 본 적이 없지만 10년 된 친구처럼 잘 지냈다”
‘대박부동산’은 퇴마를 메인 소재로 한 오컬트 장르물이지만, 집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내며 공감을 자아냈다. ‘현실밀착형 오컬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강홍석은 이러한 메시지는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어떻게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라는 주어진 역할에 대한 고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아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진 못한 것 같다. 지금 일단 대본에 충실하자는 주의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현장에서 충실하자는 의도다. 할 수 있는 역할도 그 정도인 것 같다. 허 실장이라는 캐릭터로 그 씬을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더 잘 MSG, 조미료 역할을 할까 고민했다. 현장에서 허물없이 지내며 좋은 아이디어를 허심탄회하게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자신의 캐릭터보다는 주인공, 나아가 작품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확실했다. 좋아하는 연기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이를 위해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자세가 묻어났다.
“주인공 인범은 굉장히 젠틀하면서도 허세도 좀 있고 스마트하게 나와야 했다. 나는 정신없는 모습을 강조했다. 그렇게 보일 수 있게 대비를 확실히 주고 싶었다. 연기는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작품이 빛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작품이 이슈가 돼야 나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강홍석은 ‘대박부동산’으로 자신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드라마에서는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아 제대로 소화했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대박부동산’을 향한 응원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9, 10회를 찍는데 내가 한 회차에 20 씬이 넘게 나오더라. 내가 많은 분량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이 그런 부분을 해결해준 것 같다. 내 필모그래피에 당당하게 적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참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