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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천생배우 김명민의 소신


입력 2021.06.20 11:01 수정 2021.06.19 19:1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로스쿨' 통해 또하나의 인생 캐릭터 만들어

"자극적이고 장르적 드라마들이 많아. 우리 드라마는 가문의 단비 같을 것"

"배우 김명민이 좋다. 그 안에 많은 것이 포함된 거 같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명민은 ‘배우’라는 직업이 가지는 무게를 알고 있었다. 늘 자신을 채찍질하며 몰아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로스쿨’을 통해 남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 역시 치열한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김명민이 연기한 ‘로스쿨’의 양종훈은 특유의 소크라테스 문답법식 수업과 직설화법으로 악명이 높은 형법 교수다. 그럼에도 법과 정의를 향한 올곧은 믿음이 있어 학생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


어려운 법정 용어를 쏟아내면서도 특유의 캐릭터 성격을 살려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다가도 대사를 뱉을 수 있을 만큼 연습을 한 것은 물론, 양종훈답게 말하기 위해 가족들 앞에서도 대본을 외웠다.


“나조차도 처음 이 대본을 받았을 때 이해가 안 가는 것들 투성이었다. 반복해서 보고 모르는 걸 찾아보고, 판례도 봤었다. 그럼에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장면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이해할까 고민이 됐었다. 법정에서 하는 대사들, 배심원, 학생들에게 하는 대사는 어떻게 보면 시청자에게 하는 말이다. 작가님이 양종훈을 통해 시청자에게 우리 이런 드라마고, 이런 내용이라는 걸 이해시켜주는 것이다. 양종훈은 이해를 돕는 역할이었다. 집에서 연습을 할 때는 아내 앞에서 해보고,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냐고 물으며 톤을 찾아갔다. 책임감을 느꼈다”


독설가라는 캐릭터 성격도 그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었다. 자칫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와 유사하게 보이는 것은 아닐지, 캐릭터 성격을 바꾸자고 제안을 할 만큼 부담감이 컸다. 비록 10년 전 드라마였지만, 임팩트가 컸던 탓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미 처리라던가 그런 것들이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와 너무 흡사했다. 어떻게든 다른 쪽으로 바꾸려고 해 봤지만 어색해서 난관에 부딪혔다. 김석윤 감독님에게 ‘바꿔서 하면 안 되겠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10년 전 일이니 시청자들도 너의 그런 모습을 다시 보길 원할 것이다. 나도 젊은 세대들은 못 봤을 그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기시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과제였다. 지금은 작품이 좋은 평을 받아 만족하고, 시청자 분들이 원하신다면 10년 후에 또 할 의향이 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이 같은 고민에도 불구, 김명민이 ‘로스쿨’에 매료된 이유는 역시 작품의 완성도였다. 특히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요즘, 다소 무겁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뚝심 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로스쿨’은 꼭 필요한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수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자극적이고 장르적인 드라마들이 많다. 우리 드라마는 가뭄의 단비 같은 드라마라고 말을 하고 싶다. 법학전문 대학생들을 제대로 다루는 드라마가 없었고, 또 이걸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다룬 것 처음인 것 같다. 한 사건을 16부로 끌고 가면서도 개개인의 사연들이 하나씩 나오면서 볼거리도 풍성했다. 특화된 부분들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데이트 폭력부터 불법 촬영물 유포 협박, 논물 표절 등 사회적 문제들을 담아낸 ‘로스쿨’의 진정성에도 공감했다. 다소 무거울 수 있었지만, 이것을 잘 다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역시 드라마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학생들의 치열함을 다룬 것이 특화된 부분이지만 여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들, 문제가 되는 이슈들을 과감하게 담았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더 대단한 것은 민감한 소재들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줬다는 것이다. 과장되지 않게 표현을 한 것도 우리 드라마의 장점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10분 이상의 콘텐츠를 보기가 힘든 요즘인데 공부를 해가면서 봐야하는 드라마가 과연 될까 싶었다. 이런 진정성을 다룬 드라마가 어필이 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법에 대한 확고한 원칙으로 제자들의 존경을 받는 양종훈 교수처럼, 김명민 또한 ‘이것만큼은 꼭 지킨다’고 말하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여전히 손 글씨로 캐릭터의 서사를 직접 상상하며 작성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대본에 담기지 않은 양종훈의 과거사까지 파헤치는 과정을 거쳤고, 이에 시청자들은 한층 입체적인 양종훈을 만날 수 있었다.


“캐릭터의 서사를 적는 건 옛날부터 지켜 온 것이다. 양종훈의 과거를 쭉 적어본다. 대학시절부터 거슬러가서 고등학교, 중학교 학창시절까지 상상하며 인물을 그린다. 드라마는 양종훈의 먼 과거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수많은 과정을 거쳐 지금의 양종훈이 됐을 것이다. 작가님이 써주신 큰 텍스트 사이 서브 텍스트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항상 그 서사를 작성하고, 다시 그걸 보며 캐릭터에 다가간다. 내가 캐릭터에 이입을 해야지만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 않나. 그런 원리원칙을 늘 지키려고 한다”


완벽하게 그 인물이 되는 것. 김명민의 메소드 연기 뒤에는 이렇듯 남다른 노력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명민은 그것은 ‘배우’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배우라는 직업의 무게감을 알고, 그것을 책임지며 연기 중인 김명민은 그의 바람처럼 ‘진정한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는 연기자였다.


“그런 수식어들은 너무 창피하다. 그냥 배우 김명민이 제일 좋다. 그 안에 많은 의미가 포함이 된 것 같다. 배우라는 말이 내게 주는 의미가 크다. 배우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처음 연극을 할 때 교수님이 첫 강의 때 바로 ‘배우’라는 단어였다. 책상 위에 컵 역할을 해야 하면 컵처럼 놓여있어야 하고, 고양이 역할을 하면 고양이처럼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아니어야 배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라는 말이 내게 붙는 것 자체가 내가 할 몫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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