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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리니지 베끼기, 경고!”…지금 게임업계는 지재권 전쟁 중


입력 2021.06.22 14:43 수정 2021.06.22 15:57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웹젠 모바일 MMORPG 'R2M', 엔씨 '리니지M' 표절 논란

UI, 콘텐츠, 과금 시스템 등 유사성 커 법적 다툼 불사

IP 중요성 갈수록 커져 … 게임 외 사업 확장의 핵심 자산

리니지 유사 게임 늘자 엔씨 국내 게임사 대상 '경고장' 해석도

리니지M(오른쪽)과 R2M(왼쪽)의 게임 내 캐릭터, UI 등 비교 이미지.ⓒ네이버 '먹꾸름' 블로그 갈무리

엔씨소프트가 웹젠이 개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자사 대표 게임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게임업계의 지적재산권(IP) 보호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리니지 모바일 형제와 유사한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자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시작으로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웹젠이 제작한 R2M을 상대로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R2M이 엔씨소프트 대표작 리니지M을 모방한 듯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확인해, 핵심 지적재산권(IP)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엔씨소프트는 "IP는 장기간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며 "게임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IP 보호와 관련된 환경은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R2M의 어느 요소가 리니지M을 모방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웹젠도 "양사의 이견이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원만히 합의되기를 바란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웹젠 R2M은 웹젠의 PC 게임 ‘R2’를 모바일로 계승한 MMORPG로, 지난해 8월 출시된 뒤 웹젠의 실적을 견인한 효자 게임이자 자체 개발 게임이다. 과거에도 PC 게임인 R2가 리니지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던 가운데 모바일로 나온 R2M은 리니지M 벤치마킹을 넘어 거의 유사 게임이라는 의견이 유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었다.


실제 R2M과 리니지M을 비교해보면 UI(사용자 환경)의 배치나 퀘스트 수행을 위한 이동, 아이템 구매, 과금 시스템 등이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게임 내 유사성이 법적 분쟁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두 게임이 모바일 MMORPG라는 같은 장르인데다, 그동안 법원은 게임 구조 등은 표현이 아닌 아이디어로 봐야 한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엔씨소프트는 이츠게임즈 ‘아덴’이 자사 PC MMORPG ‘리니지’를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원만한 합의로 종결됐다. 또 카카오 ‘프렌즈팝’과 NHN ‘프렌즈팝콘’도 IP 분쟁이 벌어졌지만, 분쟁없이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경우, 엔씨소프트가 소송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상호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법원이 게임사 IP 분쟁에서 저작권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된다고 인정한 사례가 있다.


정준모 법무법인 다빈치 변호사는 "게임 업계에서 저작권 분쟁은 꾸준히 발생되고 있지만 실제로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모두 법원의 인정을 받아 승소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게임은 순수예술이 아니고, 이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인정해줄 경우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과거 판례를 봐도 모두 합의하거나 흐지부지 종결됐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IP 보호 중요성 커져…웹젠 시작으로 리니지 유사 게임 줄소송 가능성도
리니지M 서비스 4주년 기념 업데이트 예고 이미지.ⓒ엔씨소프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가 법적 공방마저 불사한 것은 웹젠을 시작으로 게임사들에게 경고장을 던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리니지M, 리니지2M 출시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R2M 뿐만 아니라 리니지를 벤치마킹한 양산형 모바일 MMORPG가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리니지의 과금 체계인 P2W(Pay to win)과 유사한 과금 시스템을 설계해 '리니지 아류작', '범리니지'라는 수식어가 달리기도 했다.


아울러 게임업계에서 IP 보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들이 자사 인기 IP를 게임 뿐만 아니라 웹툰, 영화 등 콘텐츠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등 '잘 만든 IP 하나'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위메이드도 미르 IP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서 미르 IP를 무단 도용한 게임들에 대해 수십개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이달 초에는 중국 게임사 킹넷과 관계사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금지 및 부정당경쟁금지 위반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반면 웹젠은 자체 개발 게임으로 야심차게 선보인 R2M이 표절 논란에 휘말리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표절 논란이 제기된 다음날인 이날 오후 주가는 전일 대비 7.89% 하락한 2만9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승소하지 못하더라도 이번 소송은 웹젠에게 이미지나 R2M 서비스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승소 여부보다는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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