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정안' 나온 뒤 다시 최종 결론 시도
'원칙론 vs 연기론' 충돌에 세 번째 유보
'국민들은 관심 없는데...' 與 내홍 점입가경
22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5일 최고위원회에서 경선 관련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18일과 20일에 이어 세 번째 유보인 셈이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견수렴 뒤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었으나, 어느 한쪽의 양보 없는 전면전이 되면서 지도부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현행 당규에 있는 (대선 전) 180일을 기본으로 대선경선기획단이 선거 일정을 포함한 기획안을 25일 최고위원회에 보고를 하고 그 후에 최고위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대선기획단에서 당헌에 있는 규정대로 기획안을 만들어보고 문제가 있다면 최종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일정안을 보고 과연 현행 규정대로 가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지 토론을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등 경선 준비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23일) 당무위에서 선관위원장 선임 안건을 의결하고 예비후보 접수를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고, 이소영 대변인은 “경선 절차가 아니라 경선 준비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비례위성정당 설립까지 거론하며 반발한 이재명
당 지도부의 최종 결정이 또 늦어지면서 계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날 의원총회는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는 취지였으나, 대선 주자들이 직접 뛰어들어 찬반 논쟁을 가열하며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진 바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합동 토론회를 개최한 이광재 의원은 “백신 1차 접종이 끝났을 때쯤 경선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가장 좋은 것은 이재명 지사가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압도적 다수는 지금 특별한 상황인 것 아니냐는 의견”이라며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이 지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도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를 선택하는 게 결국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며 “정치집단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신뢰에서 나오고, 약속과 규칙을 지키는 데서 생겨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21대 총선 당시 비례위성정당 설립 문제까지 거론하며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의원총회에서도 양측 간 설전은 계속됐다. 정 전 총리 측 김종민 의원과 이 전 대표 측 홍기원 의원이 연기론 측을 대표해 발언했고, 이 지사 측인 김병욱 의원과 김남국 의원은 원칙론을 주장해 맞섰다. 반이재명계 의원들은 시작에 앞서 의총 전면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연기론 측 의원이 더 많다는 자신감이 배경이었다.
의총 발언 후 취재진과 만난 김종민 의원은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70~80%가 ‘상당한 사유가 되니까 경선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민주당 대선 승리를 위해 절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자유토론에 나선 20명 중 중립을 제외하고 연기론을 주장한 의원이 11명으로 소폭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反이재명계, 원칙론 기울자 당무위 소집으로 2차 제동
나아가 반이재명계는 ‘경선 일정 조정’을 안건으로 하는 당무위 소집도 고민 중이다. 송 대표 등 지도부가 연기 불가론으로 기울자 제동을 거는 차원에서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무위원 3분의 1이상 서명으로 당무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으며, 당무위에서 경선 일정 조정을 의결할 수 있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의총에서 송 대표는 “지난해 이 전 대표와 모든 후보들에게 대선 후보 선출 특별당규 관련 의사를 물어봤고 이 전 대표도 180일 전 룰대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캠프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당 지도부가 결정을 해야 할 일이니 지혜를 모아달라’고만 말을 했다”고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당의 내홍이 깊어지는데 따른 우려의 시각도 있다. 중립이라고 밝힌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생과 직결된 사안도 아닐뿐더러, 국민의 눈에는 후보들의 유불리에 따른 세 대결로 보일 텐데 피로감만 커질 것”이라면서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다른 데 있겠느냐”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