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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체제 3년③] “난제에 도전하라”…AI·로봇 미래 기술 ‘선점’


입력 2021.06.25 06:00 수정 2021.06.24 17:55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그룹 연구 전담 조직 ‘AI 연구원’ 설립…기술 개발 아낌없는 투자

새로운 분야 과감히 ‘도전’…스타트업 투자·우수 인재 영입도 지속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2018년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오른쪽)과 담당 연구원 등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LG

오는 29일로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을 이끈지 꼭 3년을 맞는다. 만 40세의 젊은 총수의 등극으로 지난 3년간 LG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다. 실용주의 노선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으로 스마트폰 등 부진을 면치 못했던 사업은 과감히 정리됐고 전장부품과 로봇 등 미래 신사업 육성은 더욱 속도를 냈다. 젊은 인재 발탁을 통해 그동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기업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대기업 그룹 중 사상 처음으로 4세 경영 시대를 맞은 LG그룹의 변화와 혁신, 과제, 미래 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핵심 신사업으로 꼽았던 인공지능(AI). 로봇 사업 육성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주력 사업이었던 스마트폰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지난해 말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그룹 차원의 AI 연구 전담 조직인 ‘AI 연구원’을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미래 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신속한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사업모델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AI 연구원 출범 당시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해달라”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해 가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언급하면서 미래 기술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당부한 바 있다.


그의 지원으로 탄생한 AI 연구원의 첫 성과는 설립 약 두 달 뒤 나오기 시작했다. AI 연구원은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인 ‘국제인공지능학회(AAAI)’를 통해 ‘설명하는 AI’와 ‘연속 학습’ 관련 논문 2편을 발표했다.


AAAI는 매년 세계적인 AI 연구기관 등이 참석해 논문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 각 나라의 AI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논문 채택 자체가 연구의 내용과 기술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어 지난달에는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개발에 1억 달러(약 1130억원) 이상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초거대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다.


구광모 LG 회장이 지난 2019년 8월 29일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솔루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개발(R&D) 책임자들과 개발 현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LG
  ‘초거대 AI’ 개발 착수…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

글로벌 AI 시장에서 가장 선진 기술로 손꼽히는 핵심 기술이며 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구 회장의 구상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AI 기술을 제조·전장·검색·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거대 AI 개발이 필수로 꼽힌다.


AI 연구원은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1초에 9경57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글로벌 톱3 수준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계속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LG는 미국 AI연구소 ‘오픈 AI’가 개발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초거대 AI 언어모델인 GPT-3가 보유한 1750억개 파라미터의 3배를 넘어선 600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올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도 개발할 예정으로 글로벌 제조기업 중 이 같은 규모의 초거대 AI 개발은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LG AI연구원은 지금까지 딥러닝 기술 기반의 디지털 휴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챗봇을 개발하고 항암·백신 신약 후보 물질 개발, 대용량 배터리 용량과 수명 예측, 컴퓨터 비전 기반 검사 공정 자동화, 부품과 제품 수요 예측 등에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여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LG전자 협력사 직원들이 로봇 자동화 교육을 받는 모습.ⓒLG전자
일하는 방식 개선…기술 진화로 ‘고객가치 혁신’ 가속화

이번 소프트웨어(SW) 개발, 데이터 분석, 고객 상담 등 각 분야의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 개발로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함으로써 고객가치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구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고객가치 혁신’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AI 연구원은 차세대 음성, 영상 인식 및 분석 기술, 딥러닝 기반의 자연스러운 상황 인식과 대화가 가능한 언어 처리 기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판단을 예측하는 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ligence) 등 최신 AI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인재 확보와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연구원을 LG경영개발원 산하에 두고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 AI 연구개발 등에 2000여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AI 연구원은 관련 분야의 중량급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있으며 연내 핵심연구인력 규모를 100여명으로 확대한다. 인력의 전문성과 역량 기반의 독자적인 인사 시스템과 평가,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적극적인 인재 유치를 위해 금전적인 보상 외에도 구성원들에게 고정된 팀 대신 원하는 연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민첩하고 유연한 애자일 기반의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AI 연구원 주도로 계열사 사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는 2023년까지 그룹 내 1000명의 AI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내부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LG AI 연구원에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16개 계열사를 참여시켰다.


글로벌 스타트업(신생벤처)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AI 스타트업 투자를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딥러닝 보안 솔루션업체 딥인스팅트, 제조업 특화 AI 솔루션업체 마키나락스, 데이터 머신러닝 기술업체 데이터 플리츠, 머신러닝 자동화 플랫폼업체 H2O.ai, 등 AI 기술 관련 스타트업 9곳에 투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40대의 젊은 총수인 구 회장은 일찍부터 인재 확보와 미래 기술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도록 그룹 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며 “비대면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러한 선견지명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LG AI연구원 온라인 출범행사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LG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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