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선언 사흘째 최대 시련
노무현 겪은 '장인 리스크'와도 달라
'쥴리 논란'에 뒤이은 '처가 리스크'
"입당보다 정권교체" 입장 달라질까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선언 사흘만에 최대 시련을 맞닥뜨렸다. 장모가 2일 특경법(사기)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당한 것이다. 비록 1심 선고일 뿐이고 항소를 통해 다투게 되겠지만, 항소심 선고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3·9 대선 전에 내려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권 가도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현역 대통령의 재임 중 일가친척이 구속당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비극'이라 할 정도로 흔하게 반복돼 왔지만, 대권주자가 일가친척이 구속당한 상태에서 대권 가도를 뛴 적은 없었다.
장인·장모 리스크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겪었지만, 공산 빨치산이라 문제가 됐던 장인 권오석 씨는 노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2002년)은 물론 권양숙 여사와 혼인(1973년)하기도 전인 1971년 먼저 사망했다. '살아있는 리스크'는 초유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최대 악재임에 틀림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윤석열 전 총장의 배우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쥴리'가 아니다"라고 한 것도 적절치 못한 정치언어의 구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의혹을 부인하기 위한 기자회견에서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m not a crook)"고 단언했다가 몰락한 것과 동일한 사례라는 것이다. '프레임' 이론의 권위자인 미국의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이 말을 한 순간, 전국민의 뇌리에 '닉슨' 하면 '사기꾼'이 연상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처가 리스크'가 전면으로 부상하게 됨에 따라,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보다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며 고자세를 취하고, 국민의힘은 "빨리 입당하라"며 저자세를 취하던 양자 간의 역관계에 있어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야권 경쟁주자들은 '경제' 매개로 견제구
尹 '처가 리스크'에 안팎 공세 강화될 듯
유승민 "자유만 말하는 낡은 보수 망한다"
안상수 "대통령과 각 세웠다는 것만으론"
국민의힘 내의 경쟁 대권주자들은 최근 '민생'과 '경제'를 무기로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윤 전 총장이 '처가 리스크'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이같은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약자와 중산층, 서민의 아픔을 공감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보수가 돼야 제대로 된 보수"라며 "보수라고 해서 매일 '자유' 한 가지만 말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낡은 보수는 망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선언에서 '자유'를 가장 강조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국민의힘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도 "국민이 원하는 것은 주택과 일자리 문제의 해결이고 경제를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는 것만으로 중심적인 조명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나서서 윤석열 전 총장을 엄호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윤석열 전 총장을 지지하는 국회의원 중의 한 사람"이라고 규정한 권성동 의원은 "정치인이 삼라만상을 다 알 수는 없고 전문적인 분야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의견을 형성하면 된다"며 "윤석열 전 총장은 머리가 좋고 습득력이 뛰어나다"고 두둔했다.
하지만 범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들어 서서히 현 정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있는데, 이같은 움직임이 심화되면 대선에서 '정권심판론'은 상대적으로 힘을 잃게 되고 '민생경제 살리기' 화두가 전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본인은 경제를 모르지만 주변 참모들의 도움을 받아 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도 있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고 했지만, '빌려야할 머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경제를 그르쳤다. 대권주자 본인이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이상에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민생' '경제' 공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리스크'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입당인데…
尹 본인이 더 흔들리면 딴소리 분출될 수도
유승민 "입당 안해도 추후 단일화 하면 돼"
아직까진 레드카펫 깔고 올라탈 기회 있어
윤석열 전 총장이 이런 당 안팎의 리스크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길은 국민의힘 입당이라는 점에는 정치권 관계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정당에 입당하면 '처가 리스크'를 '한줌 캠프'가 아닌 제1야당 조직이 나서서 엄호해줄 수 있다. 경쟁 대권주자들로부터의 흠집내기도 그 수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같은 당에 속한 동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전 대표가 당내 동료 대권주자를 공격할 때에는 이준석 대표가 강하게 경고도 하고 제지도 할 수 있지만, 지금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은 나서기도 어렵다"며 "윤 전 총장은 우리 당원도 아닌데, 정당의 대표인 이 대표가 어떻게 당밖 사람을 엄호하자고 당원인 홍 전 대표에게 경고를 하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처가 리스크'가 더욱 심화되고 윤 전 총장이 흔들리는 모습이 계속되면 당내 대권주자들로부터 입당에 관해 다른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벌써 "입당을 하고 안하고는 그분의 선택"이라며 "입당을 안한다면 나중에 단일화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상수 전 시장도 "어거지로 입당을 압박하는 것이 과연 좋겠느냐"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마지막으로 경쟁을 해서 단일후보를 뽑은 것과 같은 상황이 작동될 수 있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아직은 빠른 입당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훨씬 높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이 싫어하는 간보기를 하면 실시간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대표도 "함께 뭉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며 "윤 전 총장도 들어와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윤 전 총장이라는 '대형 손님'을 모시기 위해 버스에 시동만 걸어놓고 공회전을 하면서 기사까지 내려 손짓하는 상황이라 점잖게 레드카펫 깔고 올라탈 기회가 있다"면서도 "본인의 리스크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위기를 감지하고 못하고 대합실에 앉아있다가는 '당신 돈 내고 표 사라'고 하거나, 최악의 경우 버스가 개문발차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